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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국제정세’ 유가·환율·금리 급변…한전 자구노력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7 15:44

당정, 한전 자구안 발표 후 4분기 요금조정 관련 당정협의회서 논의 계획



한전, 희망퇴직·영업망 광역화 등 다각도로 추가 자구안 마련해 제출 예정



“유가, 환율 등 폭등하면 구조조정 소용없어…연료비연동제 도입해야" 강조

요금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희망퇴직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국제 정세와 거시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자구노력보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올 초 작성한 중장기 재무계획은 배럴당 82.8달러 수준을 상정했다. 하지만 현재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이상으로 한전이 전제한 1270원보다 높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한전은 현재 유가 수준을 감안해 4분기에 kWh(킬로와트시)당 최소 25.9원 인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여기에 희망퇴직, 영업망 광역화 등 한전 자구안이 나온 뒤에야 4분기 요금조정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력업계에서는 유럽과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나 환율, 금리가 폭등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떠한 자구노력도 소용없다고 우려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을 비롯해 에너지 가격 변동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연말에는 2024년 사채발행 한도 문제에 재직면 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를 극복할 가장 확실한 방법인 전기요금 인상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분기 70달러대에 머물렀던 유가는 현재 9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지난 6월 9달러대까지 진입했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17달러대를 기록 중"이라며 "환율도, 금리도 우호적이지가 않다. 이렇게 되면 당장 연말에 사채발행한도를 조정하지 않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내년 추가 자금 조달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 다시 해법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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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선물 가격 추이. 인베스팅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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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추이. 인베스팅 닷컴.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결국 한전과 발전사의 총괄원가와 투자비 등을 보장하는 수준의 연료비연동제 등 시장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전력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2020년에 연료비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등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 결과 한전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유지되도록 원칙 안에서 연료비 변동분을 적절히 반영되면 되는데 항상 여론을 의식해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니 요금구조와 재무구조가 갈수록 꼬이게 된다. 당정협의회는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한전 자구노력은 계속…업계 "조직 대폭 슬림화하고 최대한 민영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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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김동철 사장 취임 전부터 투자 축소, 자산 매각, 인건비 감축 등을 담은 총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해 수행해 나가고 있다. 한전은 지난 5월 자구안 발표에 따라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과 디젤발전,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과 푸제이즈 풍력발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산들은 수익성이 높아 김 사장의 과거 발언처럼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성급한 공기업 때리기로 알짜 자산을 팔고 부실자산만 남으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전 일부 주주들은 아예 나머지 49%의 지분도 정부가 인수해 완전 국영화시켜 달라는 상장폐지 주장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등 공기업의 방만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분구조 상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민간 기업과 달리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하는 리더십을 펼치기가 어렵다. 알짜 자산 매각 검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장이 한전 정상화에 진심이라면 이제는 민간기업 CEO라고 생각하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민간회사라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산을 여론에 떠밀려 성급하게 헐값에 매각하지 않는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식의 자구노력을 할 거라면 차라리 민영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도 "무분별하게 매각하기 보다 KT처럼 요지에 있는 지역본부 등 건물을 호텔, 사무실 등 상업시설로 재건축 해 임대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유 학장은 "한전도 명동, 여의도, 강남 등 서울 핵심 요지에 지사들을 확보하고 있다"며 "재건축을 통해 변전소, 사무시설을 유지하면서 주상복합 등 상업시설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정관을 바꿔야 하고 KT처럼 본업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의 재무개선을 위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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