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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올들어 최저인데...정부는 '은행 때리기'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8 16:24

예대금리차 1월 1.178%p에서 9월 0.836%p로 '뚝'



예적금 경쟁 심화에 예금금리 오르고 대출금리↓



가계부채 잡고, 금용비용 부담도 낮춰야...‘딜레마’ 계속

은행

▲시중은행 영업점.(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친 어조로 은행권을 비판하는 가운데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객들을 재유치하기 위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가 연일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을 노골적으로 비판함에 따라 은행권의 딜레마도 계속되고 있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는 0.836%포인트(p)였다. 해당 수치는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값이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1월 1.178%포인트에서 2월 1.356%포인트로 상승한 이후 6월부터 4개월 연속 1%포인트를 밑돌았다. 특히 9월 예대금리차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0.71%포인트로 가장 낮고, 신한은행(0.77%p), 우리은행(0.82%p), KB국민은행(0.83%p), NH농협은행(1.05%p) 순이었다.

예대금리차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월별 추이.


예대금리차가 하락한 것은 작년 하반기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재유치하기 위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가 8월과 9월 각각 4.51%로 같지만, 저축성수신금리는 3.36%에서 3.46%로 상승했다. 이 기간 신한은행도 가계대출금리는 8월과 9월 각각 4.63%를 유지했지만, 저축성수신금리는 3.73%에서 3.86%로 올랐다.

5대 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은 하나은행은 저축성수신금리 상승분(0.17%p)이 가계대출금리 상승 폭(0.16p)을 소폭 웃돌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권의 예적금 경쟁이 심화되면서 예금금리가 올랐고, 이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은행 탓으로 돌리고, 은행권의 이자수익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은행들의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천 억원대의 상생금융 방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아직도 정부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게다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것이 또 다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의 고심을 더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중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나 올해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방문하며 상생금융을 독려할 당시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명분조차 다소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잡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금리를 올리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그렇다고 예금금리를 올리면 시중 자금이 은행권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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