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1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한전 자회사의 시련…발전사 또 고통분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3 14:45

한전 인력감축 등 추가 자구책 발표에 발전공기업 후폭풍 일어



"전력생산 문제없는데 인력감축에 자회사 동참 압박" 불만 폭주



"인원 확대하랄 땐 언제고 이제 와서…대다수 희망퇴직 안 해"

clip20230608140247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난주 한국전력공사가 본사 인력감축, 희망퇴직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도 추가 자구안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전력생산 문제없는데 자회사라 인력감축 동참하라며 압박한다" "인원 확대하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감축이냐" 등 불만의 목소리가 폭주하고 있다. 대다수 직원들은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발전공기업들도 연말까지 모회사인 한전과 마찬가지로 인력감축, 임금동결, 희망퇴직 등을 반영한 조직개편 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남부발전은 지난달 선제적으로 본사인력 30% 축소를 포함한 조직개편 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공기업 내부에서는 위기극복 동참 취지는 공감하지만 ‘연좌제’, ‘마른수건 쥐어짜기’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한전은 적자가 워낙 심하니 당연히 자구안도 내고 하는 건데 사실 발전사들은 전기를 생산해 판매를 하는 회사니까 수익은 나고 있다. 적자가 날 때도 한전의 적자폭을 상쇄하기 위해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 때문이었다"며 "자회사들에 자구안을 어디까지 요구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한전만 계획을 발표했지만 모회사가 임금을 동결한다고 하면 자회사도 자동으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이미 올해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부터 에너지다이어트 캠페인, ‘재정건전화·경영혁신 중점 추진과제 현황 및 향후계획’을 통해 지난해 5조 3000억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초과달성한 것에 이어 한전 및 발전 6사 3조3000억원 등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을 보고했다"며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란 것인지 모르겠다. 시장원칙이 작동하게 하겠다더니 지난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사실상 분사한지 20년이나 지났고 생산한 전기를 사고파는 거래 관계인데 자회사라는 이유로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금 같은 경우 어느 월급쟁이들이나 민감한 부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한전은 물론 상대적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은 자회사들도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자율적으로 반납하라는 권고를 받았고, 대부분 반납을 발표했다.

한전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인 올해 초부터 자구노력으로 간부진의 성과급은 물론 임금 인상분까지 선제적으로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그룹사 경영평가 결과
기관명2022년 등급2021년 등급2020년 등급
한국전력공사DCB
한국수력원자력BBA
한국남동발전BAA
한국남부발전CAB
한국동서발전BSA
한국서부발전ABB
한국중부발전CAC


또 다른 발전공기업 관계자도 "조직개편도 한전과 일부 자회사들이 발표를 했으니 우리도 일단은 하는 중인데 사실 본사 인력 줄이는 게 재정 건전화와는 큰 상관은 없다"며 "본사 인력을 사업소로 배치한다고 정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향후 조직효율화 등 구조조정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작업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회사는 본사 인력을 매년 줄여왔다. 작년에도 많이 줄였는데 올해 한전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본사 축소를 강조하니 덩달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전에서 자구안을 내면 발전자회사들도 같이 내는 게 관행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도 공공기관 혁신계획 등 여러 차례 자구안을 발표하지 않았나. 작년 연말부터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 연말까지 또 내놓으라고 하니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이 추진하는 희망퇴직이 유명무실 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 명분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은 고용보장이 되는 만큼 과실이 없는 직원을 강제로 해고할 수 없다. 그러나 희망신청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누가 나가겠나. 보통 민간기업들은 위로금 형식으로 돈을 더 주던가 하는데 공기업들은 정부에서 어느 정도까지 주라고 지침이 내려오면 모를까 그럴 수가 없다. 그런 거 없이 나가라고 하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누가 나가겠나. 확실한 이직자리가 있는 사람이나 임금피크를 적용받고 있는 사람들 정도만 신청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도 지난주 브리핑에서 2직급 이상 임금 인상 반납분으로 희망퇴직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한테 얼마를 보상해 주겠다는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 신입사원 채용여부도 불투명하다.

한 전력그룹사 관계자는 "신입사원 같은 경우는 뽑기도 안 뽑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는 뽑으라고 할 텐데 지난주에 발표한 인력감축 방안에는 퇴직자 수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자연감소분’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경영평가에서는 채용을 많이 할수록 점수를 높기 때문에 무작정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말에 내년 조직개편 안이 나와야 신규채용 여부나 규모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공기업 퇴직자는 "사실 지금의 사태는 국제 에너지가격, 요금체계 등의 문제라 한전이 자회사에 자구노력을 동참하라고 하기엔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같은 공기업이니까 따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대세에 편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는지에 달렸다고 본다. 워낙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자회사들도 억울한 측면은 있겠지만 각개 전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