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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한다'던 기업들 정기보고서엔 감감무소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6 16:05

'이차전지 사업목적 추가' 영풍제지·제이스코홀딩스 등



금감원 기준 변경에 추진내역 등 밝힐 의무로 문제 소지



증권가 "3년 연속 영업손실 등 부실기업 많아 투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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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전지.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최근 수년간 이차전지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이 정기보고서에 실제 추진 내역·계획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공시 기준을 변경하며 상세한 신사업 추진 현황을 기재하도록 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장기간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등 경영상태가 불안한 곳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 된다.


◇이차전지 사업, 정기보고서 ‘사업개요‘란 기재없어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제조업체 영풍제지는 지난 6월 이차전지·전자폐기물 산업에 새롭게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영풍제지의 주가는 주가조작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9월 말까지 두 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공시된 영풍제지의 3분기 정기보고서에는 이차전지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기 보고서의 ‘사업의 개요’란은 물론, ‘신규사업 등의 내용 및 전망’에도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문구만 기재됐을 뿐이었다. 이차전지 산업 전망을 보고 영풍제지에 투자한 주주들은 정기보고서만으로는 정확한 이차전지 사업 추진 현황을 알기 어려운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

영풍제지뿐만 아니라 올해 언론보도를 통해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알린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철강 제조업체 제이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 소재 개발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악성 루머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었다.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한 IT업체 하이소닉 역시 올해 정기 주총을 통해 정관을 개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3분기 정기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차전지 산업 성장성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지난해 일찍이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상장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세원이앤씨의 경우 정관 내 사업목적에 이차전지 셀 및 소재, 장비 제조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기보고서 내 기재된 사업 내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관련 매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밝혔던 한 상장사의 관계자는 "이차전지 사업을 실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계약 등 여러 가지 부분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정기 보고서에는 추가하지 않았다"며 "관련 보도는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만 투자자들에게 우선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기준 변경으로 추진내역 등 밝힐 의무 있어


그러나 올해부터는 금감원이 정관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신사업의 세부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을 정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기준을 변경한 바 있다. 또한 실제 추진 내역이 없는 경우에도 미추진 사유 및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지키지 않은 상장사들은 차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 조사 결과 이차전지 등 테마 업종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제 추진 내역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1년~2022년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AI, 메타버스 등 테마 업종과 관련된 신규 사업목적을 추가한 상장사는 233개사였지만, 올해 반기보고서에 추진 현황을 추가하지 않은 상장사는 129개사(55%)에 달했다.

특히 이들 기업 중 43%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36%는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해당 사업목적이 추가된 경우여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 측은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종목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혐의 적발 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기재 부실이 심각한 회사의 경우 향후 사업보고서 등 중점 점검 대상으로 선정하여 재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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