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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원’ 역대급 엔저에 일학개미 매수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9 11:59

엔화 약세 타고 11월 일본증시 매수량↑
달러·엔 환차익까지 노려 日 증시 내 美 ETF 순매수
"일 증시 전망 밝아...반도체·AI·도요타 추천"

2차전지 상승

▲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11월 들어 ‘일학개미(일본 주식 투자자)’들의 매수 규모가 급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내내 약세였던 일본 엔화가 최근 추가 하락하자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원·엔 뿐만 아니라 달러·엔 환차익까지 얻기 위해 일본 증시 내 미국 채권·대표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순매수 규모 상위권을 차지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 6873만달러(한화 약 891억원)을 기록하던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주식 매수금액은 3월 8000만달러, 6월 1억8000만달러 순으로 증가해 7월 2억956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해 내내 역대급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7월 무렵 900원대 초반에 이르자, 일본 주식 투자 수익과 함께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7월 이후에도 2억달러 이상의 매수 규모가 유지되는 중이다.

◇달러·엔 환차익까지 노려 日 증시 내 美 ETF 순매수

최근에도 엔화 가치가 예상을 넘어선 추가 약세를 보이며 1엔당 860원대까지 추락하자 다시금 일본 주식 매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일학개미들의 매수 규모는 약 1억8200만(한화 약 2360억원)달러에 달해, 월말께 3억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달러·엔 환율도 1달러당 약 150엔을 기록하면서 일학개미들은 일본 증시 내 미국 증시 ETF를 매수해 환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학개미들이 이달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2448만달러)로, 만기 20년 이상 미국 초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 뒤를 만기 7~10년 미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506만달러), 미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ISHARES SP 500 JPY HEDGED ETF’(275만달러)가 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 엔화 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일학개미 매수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데 반해 미국 기준금리는 아직 높은 수준이며, 내년 중 인하가 이뤄지더라도 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행은 내년 임금 인상 수준 등 지표를 확인 후 통화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채원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엔화가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지게 될 경우 내년 3~4월경에는 달러당 155엔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적자에 따른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지며 하방 지지선이 뚫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 증시 전망 밝아...반도체·AI·도요타 추천"

단 업계 일각에서는 일학개미들이 미국 초장기채 ETF를 매수하는 것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가 당장 인하될 가능성이 적어 1년 이내에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미국 중장기채 및 단기채 ETF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그러나 일본 증시 투자 전망 자체는 밝다는 평가다. 향후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탈피하면서 경기가 호조세를 띠는 만큼 내년 이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외 증권사들은 일본 닛케이225 지수 상단을 3만6000~4만포인트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추천 섹터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혜택을 받는 첨단 반도체 및 AI 분야"라며 "단일 종목으로는 내년 테슬라의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을 상회할 가능성이 큰 도요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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