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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中알리바바 공습에 ‘패션 가성비’ 경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0 18:37

가격 저렴 中의류 직구거래 크게 늘어
티몬 1만원대 기획관 매출 10배 '껑충'
이랜드·롯데마트 2만원대 청바지 인기

이랜드 NC베이직

▲이랜드리테일이 최근 매장을 확대중인 가성비 패션브랜드 ‘NC베이직’ 이미지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고물가로 주눅든 소비심리로 패션의류업계의 실적이 신통찮은 가운데 유통업계가 나서서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의류’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패션 경기 살리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이커머스기업 알리익스프레스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에서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면서 ‘가성비 의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9월 선보인 가성비 패션 기획관 ‘데일리클로젯’이 오픈 한 달 만에 매출이 10.6배 껑충 뛰었다.

데일리클로젯은 평균 1만원대 의류·잡화 직구 상품을 모은 특별 기획관이다. 남여 캐주얼 의류와 스포츠웨어, 홈웨어, 잡화를 포함한 다양한 패션 카테고리의 상품 4000여종을 엄선해 전 상품을 무료 배송해 준다.

이같은 가격 구성과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티몬 모회사 큐텐이 제품 생산지인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상품을 소싱(발주구매)하고,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풀필먼트를 활용한 빠른 배송 협력체제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티몬이 1만원대 패션 기확관을 선보인 것은 저렴한 가격의 중국 직구 상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 가성비 직구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 역시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1∼3분기 누적 해외직구액은 4조792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800억원) 대비 2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2조2217억원(46.4%)을 차지했다. 중국 직구액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넘게 뛰었다. 업계는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국내 직구 시장 1위에 올라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저렴한 가격·배송 경쟁력을 앞세우며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10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으로 쿠팡(2846만명), 11번가(816만명)에 이어 국내 온라인몰 중 3위에 올랐다.

이처럼 증가하는 중국 직구 수요와 물가 상승 여파가 더해지자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최근 가성비 패션 마케팅으로 적극 맞대응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9월 첫 선보인 가성비 패션 브랜드 ‘NC 베이직’이 한 달도 안돼 총 3만장이 판매되고, 일반매장 대비 평당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자 매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앞서 NC백화점 송파점 · 야탑점, 뉴코아 평촌점 3곳으로 시작했던 NC 베이직 매장 수는 최근 12개가 됐다.

NC 베이직은 상품 가격을 경쟁사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핵심 상품인 청바지(1만9900원)는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NC베이직의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대량 생산하는 원단 공장을 직접 발굴해 원단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매입해 원가를 절감한 덕분이다.

이랜드리테일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상해, 광저우나 베트남,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원단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을 찾아 해외 유명 브랜드에도 납품하는 원단을 발굴해 매입한 후 국내 및 해외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한다.

롯데마트도 최근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해 선보인 ‘반값 청바지’가 소지바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청바지의 평균 판매가 대비 50%가량 저렴(1만9800원)한 ‘스판 청바지’를 선보여 호응을 얻음에 따라 내년부터 2차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1만5000장의 물량을 베트남 파트너사와 사전 계약해 시중 대비 청바지 원단을 반값에 공급받아 판매가를 낮췄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고금리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로 당분간 소비심리 둔화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의류 상품을 찾는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의식주 가운데 의(衣·옷)는 식품과 비교하면 필수재가 아닌 만큼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전까지 상당 기간은 가격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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