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기차의 차체 하부 구조를 반영한 모델카(왼쪽)와 유니휠이 장착된 차체 하부 구조를 반영한 모델카를 비교한 이미지.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랜 기간 바뀌지 않았던 자동차 구동 시스템의 역사를 새로 쓴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높인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유니휠)을 개발하면서다. 현대차·기아는 이 시스템을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에 탑재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8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유니휠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신개념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를 거친 동력이 드라이브 샤프트, 등속(CV) 조인트를 통해 바퀴로 전달된다. 전기차 역시 엔진과 변속기가 모터, 감속기로 대체됐을 뿐 구동 전달 시스템은 동일하다.
유니휠은 전기차의 주요 구동 부품을 휠 내부로 옮겨 실내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기능 통합형 휠 구동 시스템이다. 전기차의 감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CV 조인트의 기능을 모두 휠 안에 넣었다. 모터를 각 휠 가까이에 위치시킴으로써 ‘플랫 플로어’(Flat-Floor)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기존 구동시스템이 차지하던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실내 공간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C) 같은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미래 모빌리티도 쉽게 실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28일 공개한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 이미지. |
유니휠은 중앙 ‘선 기어’(Sun Gear)와 좌우 각 4개의 ‘피니언 기어’(Pinion Geer), 그리고 가장 바깥쪽의 ‘링 기어’(Ring Gear) 등으로 이루어진 특수한 유성기어 구조다. 모터가 만들어낸 동력이 선 기어로 전달되면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려 링 기어를 회전시킨다. 링 기어는 휠과 연결돼 있어 최종적으로 휠까지 동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유니휠은 피니언 기어들이 서로 연결돼 2개의 링키지(Linkage)를 구성한다. 이러한 멀티링크 메커니즘이 유니휠의 상하좌우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두 가지 구조가 융합된 특성을 기반으로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휠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노면에 따른 휠의 움직임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CV 조인트가 적용된 기존 드라이브 샤프트는 휠의 상하좌우 움직임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동력 효율과 내구성이 하락하는 문제가 있다. 유니휠은 휠의 어떤 움직임에도 동력을 거의 동일한 효율로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어 높은 내구성과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이 가능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결합되면 험로에서는 차고를 높여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고를 낮춰 전비와 고속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 생각이다.
유니휠은 전기차의 감속기 역할도 대체한다. 기어 잇수가 적은 선기어와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기어 잇수가 많은 링기어를 회전시키는 구조라 입력축과 출력축 사이의 감속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유니휠이 기존에 사용할 수 없었던 공간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좌우 휠 사이 확장된 공간을 트렁크나 프렁크 등 추가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의 좌석 배치를 탈피해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다.
해당 공간을 배터리 탑재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주행거리가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즉, 차 크기를 늘리지 않더라도 대형 전기차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니휠은 높은 공간활용성과 저상화 설계를 추구해야 하는 PBV에 활용될 경우 더 큰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휠을 통해 구현되는 플랫 플로어 플랫폼은 PBV에 강력한 유연성과 확장성을 부여, 고객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바디 타입 설계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현대차·기아는 유니휠과 관련된 특허 8건을 국내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 출원 및 등록했다. 현재 유니휠의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 내구성 등을 지속 검증하고 있다. 향후 기어비 조정 및 윤활 냉각 시스템 고도화 등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종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수석연구위원은 "고객들이 모빌리티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