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전경. 현대차는 이 곳을 포함한 국내 주요 거점에서 전기차 초고속 급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를 제공한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충전 사업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차량 보급이 늘며 충전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미리 시장을 선점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환경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전기차 충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점유율이 높고 인프라 구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내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핏(E-pit)’을 론칭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왔다.
이 곳에서는 최대 350kW급 충전기를 갖춰 10분 안팎의 시간이면 전기차를 80% 이상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 마련된 급속충전기 출력은 대부분 50~150kW 안팎이다. 이핏은 교통 요지에 자리를 잡았고 속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충성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현대차는 자회사 현대케피코의 기술 역량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궁극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작·보급·판매 등 모든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대세’를 따르는 모습이다. 내년 10월부터 북미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기존 표준 충전방식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를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가 충전 시장에서 영토를 급속도로 넓히자 소비자 만족도 제고 차원에서 협업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시그넷 통합 R&D센터 EMC챔버 제품 테스트 현장. SK는 150억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도 부천시에 통합 R&D센터 ‘C-Lab’을 구축했다. |
SK그룹은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시그넷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다. SK시그넷은 지난달 경기도 부천시에 통합 연구개발(R&D)센터 ‘C-Lab’을 열었다. 150억원 이상 투자해 50여종의 연구개발 및 품질 테스트 장비를 구축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다양한 전기차와 통신·소프트웨어 호환성 테스트가 가능한 최신 차량 시뮬레이터도 도입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경쟁이 심화되는 전기차 충전 산업에서 R&D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전동화 운송 전문 기업 레벨(Revel)사에 50억원 규모의 400kW 초급속 충전기 V2 제품을 첫 출하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내 4위 급속 충전기 운영사업자인 ‘프란시스 에너지’로부터 최소 1000기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 공급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11kW 완속충전기와 175kW 급속충전기를 내년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하반기에는 상업용·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급속충전기 라인업을 확대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7월 회사의 미래비전을 발표하면서 중·장기 미래구간에서 주목해야 할 변곡점 중 하나로 ‘전기화(Electrification)’를 꼽았다. 당시 그는 B2B와 신사업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평일 주간시간 대에만 제공하던 전기차 충전기 서비스 운영 시간을 다음달 11일부터 평일 야간과 주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는 최근 서비스 인력을 2배 이상 늘렸다. 계량기 수리업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격도 확보했다.
▲LG전자 직원이 자사 전기차 충전기를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다음달부터 전기차 충전기 서비스 운영시간을 대폭 늘린다고 30일 밝혔다. |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을 앞세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EVSIS(옛 중앙제어)를 사들였다. 오프라인 매장에 장점을 지닌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에서 전기차 충전 브랜드 ‘한화모티브’를 선보였다. GS그룹 지난해 ‘차지비’를 인수했다. GS에너지는 별도 자회사인 GS커넥트(옛 지커넥트)도 설립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향후 10년 간 연평균 14%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2034년 기준 1230억달러(약 158조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최근 슈퍼차저 인프라를 국내 다른 브랜드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 주도권을 둔 기술·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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