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지폐와 미국 달러화 지폐.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강세를 띠며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본 주식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고 있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 전환한 가운데, 일본의 금융정책 조기 전환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858.38원으로 연간 최저점을 찍었던 원·엔 환율은 오름세를 거듭한 끝에 최근 910원대에 있다. 이달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금융정책이 전환기를 맞을 조짐이 보여서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달러가 약세를 띤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국내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엔화 약세가 시작될 당시 환차익을 노린 일본 주식 투자가 유행했는데, 최근 원·엔 환율 상승세로 주식 수익률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화 상승기가 시작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한 달간 국내에 상장된 일본 주식형 ETF가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이 11.46%로 선두를 지켰으며, 그 뒤를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10.81%) △ACE 일본반도체(8.15) 등이 이었다. 일본 엔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일본엔선물’도 5.29% 수익을 거뒀다.
니케이, 토픽스 등 일본 대표지수는 최근 한달간 하락했으나, 동시기 엔화 강세로 인해 관련 ETF는 오히려 수익을 거뒀다. ‘KODEX 일본TOPIX100’(3.70%), ‘TIGER 일본니케이225’(2.86%)가 대표적이었다.
수익률이 부진했던 일본 ETF들은 전부 환율 변동을 상쇄하는 환헷지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ACE 일본TOPIX레버리지(H)’(-3.02%), ‘KODEX TSE일본리츠(H)’(-1.69%), ‘TIGER 일본TOPIX(합성 H)’(-1.60%) 등이다. ‘ACE 일본TOPIX인버스(합성 H)’는 지수를 반대 추종하는 ETF여서 0.97%로 간신히 손실을 면했다.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엔화 하락이 시작된 올 5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 국채 20년물 이상 장기채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를 가장 많이 순매수(3억5753만달러)했다. 이 종목은 최근 한달간 10%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 환전으로 벌어들일 추가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16% 이상까지 늘어난다.
이제 일학개미들은 이같은 엔화 강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여전히 원·엔 환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일본 내에서 각종 통화 완화 정책 장기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감이 큰 것은 오는 19일까지 예정된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의 금융정책 전환 여부다.
이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의 급격한 엔화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만한 움직임과 더불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분석한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기금리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실질 임금 증가율 저하로 구매력이 둔화되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어, 일본은행이 12월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기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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