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이니시스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코스닥 상장법인 KG이니시스가 보유 중이던 코스피 상장법인 KG케미칼의 지분 일부를 그룹 공익재단에 무상으로 기부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 KG그룹의 공익재단인 곽재선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KG이니시스가 보유 중이던 KG케미칼 주식 70만주를 재단에 주식 출연 형태로 기부했다. 1주당 취득단가는 7000원이며 총 49억원 규모다.
이로서 곽재선문화재단은 KG케미칼의 주식 1.02%를 보유하게 됐다. KG이니시스가 보유하던 KG케미칼의 주식수는 183만285주(2.67%)에서 113만285주(1.65%)로 감소했다.
지난 2022년 기준 곽재선문화재단이 보유 중인 KG 계열사 지분은 이데일리(9.07%)뿐이었다. 이번 주식 기부로 KG케미칼의 주식도 처음 보유하게 됐다.
2020년 설립된 곽재선문화재단은 당시에는 ‘이데일리문화재단’이라는 이름이었다. 지난해 3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설립 당시 자산은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설립 시 출연금 규모는 이데일리가 1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해 말 자산 규모는 32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데일리의 주식 76만6148주를 무상증여받고 KG이니시스와 KG ETS 등도 주식을 출연한 덕분이다.
곽재선문화재단은 기부금이 수익으로 잡히면서 설립 첫해 31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사업비용으로는 3억여원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후 2021년에는 68억원의 기부금이 더해졌고 사업비용으로는 2억3000여만원을 썼다.
하지만 지난 2022년에는 기부금 수익이 9000만원에 그치고 사업비와 시설비, 인력비 등이 증가하면서 1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에 곽재선문화재단이 주식 증여를 받은 목적으로 ‘공익법인 목적사업 및 운영자금의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곽재선문화재단은 이번 주식 증여로 자산 규모가 99억원대에서 14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주식 증여에 대해 KG이니시스의 일반 주주들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보통 그룹 내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증여는 오너 일가 개인의 지분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도 박 회장의 개인 지분이다.
이번 곽재선문화재단이 기부받은 KG케미칼 주식은 KG이니시스가 보유하던 것이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KG케미칼 주식 1115만5478주(16.29%)를 보유 중이지만 이를 본인의 이름을 딴 공익재단에 기부하지는 않았다.
KG케미칼은 KG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를 보유한 KG이니시스의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핵심이 되는 자산을 주주들의 뜻과 관계없이 오너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안겨준 셈이다.
곽 회장은 곽재선문화재단의 대표이사며 추가로 서희태 지휘자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이사로 재직 중이다. 곽 회장의 딸인 곽혜은 이데일리 부사장도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권 제한규정에 따라 대표권은 곽 회장에게만 있다.
이에 대해 한 KG이니시스 주주는 "회장 개인의 사재도 아닌데 상장사의 자산을 마음대로 공익재단에 기부는 것은 주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주식 증여가 향후 공익법인을 활용한 승계 등에 이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