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5만달러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GBTC에서의 유출이 계속되고, 미국 제네시스 글로벌이 14억달러어치의 GBTC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여전히 리스크가 남았다.
13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오후 기준 4만9000달러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4만달러대 초반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그린 끝에 국내 설 연휴 기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급등, 이날 오전 중 5만달러선을 돌파한 후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ETF 상장 초기만 해도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으로 시세가 급등할 것이라던 기대감과는 달리,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 대규모 물량이 출회하면서 오히려 시세가 완만하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 'ETF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원래 신탁투자상품이었던 GBTC 특성상 처분이 어려웠던 투자자들이 ETF화된 이후 매도를 시작했고,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GBTC 2200만주(10억달러어치)를 매각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GBTC의 연 보수(1.50%)가 타 상품들(0.19%~0.30%)와 달리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 점도 유출에 한몫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길게 가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며, 실제로 다른 ETF 상품들로 유입이 몰리면서 현실화한 모습이다. 실제로 상장 후 이달 5일까지 GBTC에서만 61억달러의 순유출이 있었지만, 타 ETF 상품으로의 순유입 규모 총합은 그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블랙록이 운용하는 IBIT에 32억달러, 피델리티의 FBTC에는 26억달러, ARKB와 BITB에는 각각 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또한 6일 이후 설 연휴에 이르기까지 약 10억달러를 넘는 자금이 GBTC를 제외한 ETF로 몰려, ETF뿐만 아니라 개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매수세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만큼 ETF들의 수익률도 상당한 오름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12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GBTC는 자금 순유출에도 불구하고 17.07%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 뒤를 △FBTC(16.90%) △IBIT(15.94%) △ARKB(15.63%) △BITB(15.51%) 등이 이었다.
단 아직도 GBTC발 리스크가 남아 비트코인의 단기 급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필요는 있다. FTX의 보유 자산은 대부분 출회됐지만, 최근 미국 금융사 제네시스 글로벌(Genesis Global)도 파산 절차 중 GBTC를 포함한 16억달러어치의 자산 매각을 승인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중 GBTC가 14억달러어치이며, 남은 2억달러 역시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관련 자산이어서 매각이 승인될 경우 시장에 한 차례 파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TX 매도세는 끝났지만, 제네시스 글로벌 관련 이슈가 남아 영향이 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14억달러라는 숫자가 크긴 하지만, 지난 8~9일 10억달러라는 강한 매수세가 들어온 만큼 향후 또 한차례 강한 자금 유입이 있어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