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오면서 삼성전자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두 기업 대만 TSMC가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다. 삼성은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커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올 연말부터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하며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양강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를 열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열풍을 주도하는 빅테크가 대부분 미국 업체들인 만큼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텔은 1.8나노 공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칩을 우선 생산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인텔은 또 오는 2027년 1.4 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이다. TSMC와 삼성전자도 2027년 상용화와 양산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TSMC는 AI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올해 3나노 제조 공정을 대규모로 증설하기로 하는 등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AI와 고성능컴퓨팅(HPC) 관련 수주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TSMC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AI 동맹'을 맺어 생산 공정에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ARM의 차세대 SoC 설계 자산을 자사의 최첨단 GAA(Gate-All-Around) 공정에 최적화해 양사간 협력을 강화한다고 전날 밝혔다.
삼성전자는 ARM과 협력을 통해 팹리스 기업의 최첨단 GAA 공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다년간 ARM 중앙처리장치(CPU) IP를 삼성 파운드리의 다양한 공정에 최적화해 양산한 협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양사간 협업으로 팹리스 고객들은 생성형 AI 시대에 걸맞는 SoC 제품 개발 과정에서 ARM의 최신형 CPU 접근이 용이해진다.
삼성전자의 최선단 GAA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된 ARM의 차세대 Cortex-X CPU는 우수한 성능과 전력효율로 최고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인간 지능에 가까운 범용 인공지능(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했다. 이를 위해 영입한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자 출신 우동혁 박사가 리더를 맡아 조직을 이끈다.
파운드리 수주 물량은 AI 기기 증가에 따라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작년부터 2026년까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13.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첨단 5나노 이하 공정 매출은 지난해 전체 파운드리 매출의 24.8%였으나, 2026년에는 41.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인 3나노 매출 비중은 작년 8%에서 2026년 24.4%로 늘고, 3나노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64.8%에 이를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