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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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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75] 스트레인지플래닛 “도심 가까운 곳에서 고품질 채소·허브 구매하세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5 16:00

도심 노후건물 활용 스마트팜 ‘마이크로가든’ 운영
반경 3~5m 소비자에 판매 신선도·가격 경쟁력 확보
허브 등 수요 많고 비싼 고급작물도 가능 주문량 급증
일산 이어 서울로 확대…내년 인도 향신료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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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두호 스트레인지플래닛 대표. 사진=김유승 기자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양치기'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K-스타트업 컷

▲K-스타트업 컷

농부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지면 농작물의 가격은 높아지고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인지플래닛은 이 문제를 해결해 소규모 스마트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반경 5m 내 지역고객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애그테크(agriculture 농업과 technology 기술 합성어)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대형 쇼핑몰에서 스마트팜 일종인 '마이크로가든(micro garden)'을 운영하고 있다.


맹두호 스트레인지플래닛 대표는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나 건물 자투리 공간의 인프라를 활용해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마이크로가든을 개발해 소비자 중심 도심농업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통 과정이 길면 유통업체가 가격을 정하는데 이 때 생산자는 값싸게 넘기고 소비자는 비싸게 구매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신선도나 품질이 저하되고 가격 변동성이 심하거나 상품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따라온다.


반면에 도시에서 생산하면 도시 노후화, 공실률 증가 등 사회문제를 해결해 도시 재생을 할 수 있고 유통 과정이 짧아져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농가가 노후화돼 정보 격차가 생겨 허브 식물 등 고급작물 수요가 생겨도 반영이 어렵다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트레인지플래닛은 마이크로가든을 개발해 이 곳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반경 3~5m의 고객에게 바로 판매하고 있다. 운영은 스트레인지플래닛에서 직접 관리하는 중앙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향후 체인화해 사용자가 판매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맹 대표는 “스트레인지플래닛의 특장점은 단순 재배가 아닌, 재생산 기술로 농작물의 고유 성분을 조절해 맛과 향이 뛰어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도 보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바질·허브 등 고급 식자재 수요 전문기업을 지향해 마이크로가든 상권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과 일반고객에게 상품을 판매·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스트레인지플래닛은 현재 반경 3㎞에 10만 가구 상권이 형성된 일산의 대형 쇼핑몰에서 마이크로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는 상품이 품절되는 일이 잦고, 얼마 전 바질이 1㎏에 17만원까지 오르는 등 가격 변동이 심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가든의 공급 물가는 1㎏당 6만원으로 가격이 안정돼 손실률을 포함하면 연평균 20%의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각광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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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지플래닛 직원이 '마이크로가든'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스트레인지플래닛

이에 힘입어 스트레인지플래닛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문량이 530%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고, 월 매출도 평균 14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일산 동구에 위치한 '밤가시' 거리의 작물사업 업체는 한 곳을 제외하고 전부 마이크로가든의 작물을 사용할 정도이다.


스트레인지플래닛은 향후 일산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이며, 이후 서울 용산구와 마포구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역으로 한강진·한남동·삼각지 등을 예정하고 있다.


맹두호 대표는 “농업은 규모의 경제로 대량 판매하지 않으면 수익을 거두기 어려우나, 마이크로가든은 5평·10평 등 작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레고 장난감처럼 기기의 조립·분해가 가능한 32개의 모듈 구조를 제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존 스마트팜 제작 가격이 3억 9000억원이었다면 마이크로가든은 8~10%에 불과한 가격으로 구축이 가능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즉, 기존 스마트팜은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약 10년 이상 시간을 필요로 했으나 마이크로가든은 50% 이상 가동될 경우 2년 내에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맹두호 대표는 “글로벌 농식물 기술은 5000조원, 스마트 농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무려 1경원 규모"라고 전망하며 “스트레인지플래닛은 두 기술을 함께 보유한 만큼 이 시장을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중산층이 지난 2022년 33%를 넘어서며 고품질 향신료 수요가 높으나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불안정해져 향신료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며 인도시장 진출 포부를 밝혔다.


스트레인지플래닛은 인도 내 호텔 레스토랑 등 마이크로 가든 공간을 확보해 신선한 작물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청년사관학교 프로그램에 선정된 만큼 해외시장 검토를 마치고 내년부터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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