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한국전력공사의 갑질 관련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전 내부 직원에 따르면 이 사안이 논란이 되자 본사 차원에서 조만간 감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경기지역본부 지사 소속으로 추정된다. 그는 “모 지사장이 차장(본인)에게 품의 글씨가 마음에 에 안든다며 결재판을 던지고 심한 폭언을 했으며 부장 승진을 앞둔 것을 알고도 동료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성자는 또 “지사장이 같이 근무했던 부장, 차장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여러번 평가험담을 했다. '부장승진하려면 회사평가가 얼마나 중요한데 지금처럼 그러면 안된다.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계속해 폭언을 한다"며 “내부품의 글씨하나로 하루종일이 결재가 안되는 상황을 만드는데 정말 돌아버리겠다. 결재판을 던지고도 '우리 때는 더 심했다.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하시니 다음에는 폭력을 휘두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한전 내부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고위직, 즉 1,2직급과 4직급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근본원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전 자체적으로 이뤄진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가 피해경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직급은 1,2급, 피해직급은 3직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유형은 주로 모욕,명예훼손, 식사 및 회식강요, 부당 업무지시였다.
한전 직원 구성현황은 임원 7명, 1직급 400명, 2직급 1119명, 3직급 3671명, 4직급 1만 2349명, 5직급 3107명, 6직급 1613명, 기타 641명이다. 1, 2직급은 6.6%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사안을 제보한 한전 직원은 “어느 조직이라도 문제가 있지만 국내 최대 공기업에서 아직도 이런 몰지각한 고위직들의 갑질이 만연한 게 한탄스럽다"며 “4직급부터는 노조 가입이 의무라 직원들보다 간부직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인 차장들이 갑질의 주된 희생양이 되고 있다. 최근 사건 피해자도 차장이다. 노조원이 아니라 하소연할 곳도 없어 무방비다. 어떻게든 공론화가 돼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4직급 이하부터는 노조를 통해 항의가 들어오는 부담이 있어 많은 부분 근절됐다. 그러니 만만한 게 차장이라고 간부임에도 간부 선에서 괴롭힘이 워낙 많다"며 “익명 게시판에서 논란이 돼 사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은 이례적인 만큼 어떻게든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갑질 피해자들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신분상 처벌강화, 부서 변경 등 인사 조치와 같은 일벌백계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고위급 직원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분명 잘못됐다"면서도 “그러나 업무 숙련도가 낮아 보고서도 제대로 못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를 지적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일 챙기면 갑질인가, 지금 고위직들은 과거에는 윗사람 모신다고 애먹고, 현재는 아랫사람 눈치 본다고 애 먹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편 한전 측은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감사 여부와 대응 방안을 논의중"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