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들에 대해 수정 및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밸류업)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증권업계는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시장에 가해질 압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압승에 밸류업·금투세 영향은?
제22대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각각 지역구에서 161석과 비례 14석으로 총 175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례 18석을 포함해 총 108석에 그쳤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오던 밸류업과 금투세 정책에 있어 부정적인 기류가 읽힌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책에 제동을 걸기란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세제지원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 우려는 남아있겠지만, 이번 총선 결과가 밸류업의 연속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의 본질은 낮은 주주환원 문제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고, 이는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강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 사안들의 경우 야당도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시 비용으로 처리한 법인세 감소, 기업들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 정부의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 기대감은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도 시장에 부정적이란 전망이다. 연말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대규모 매도물량 유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개인투자자의 이탈과 사모펀드 과세 등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21대 국회와 구도가 엇비슷한 만큼 중립적인 흐름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득실로 인해 선거 결과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는 감안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결과는 21대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투자심리, 업종·종목 흐름에도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CPI가 주는 시장 영향은
총선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3월 CPI가 예상치를 상회한 점도 시장에 있어 달갑지 않은 소식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는 만큼 외국인들이 주요 수급세력인 국내 시장 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10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4%)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한 작년 9월(3.7%) 이후 가장 높다. 이에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은 각각 22bp(1bp=0.01%포인트), 18bp 상승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 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주거비와 운송서비스 부문도 오름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코스피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0포인트(0.07%) 오른 2706.9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1.23포인트(-0.14%) 하락한 858.10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소식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이날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19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반면 기관은 1조801억원을 순매도 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인하 컨센서스는 9월, 11월 2회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6월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거다. 그는 “최근 미국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거비 하락 추세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1월과 2월 CPI 결과에 대해 연준 위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면서 “3월 CPI 결과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는 높은 상황으로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