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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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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희망퇴직, 사장은 민간협력 강조’…한전 개혁 신호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3 13:38

한전 희망퇴직 150명 모집에 당초 예상보다 2배 넘는 400여명 몰려

김동철 사장, 최근 에너지업계 강연서 공기업 역할 축소 주장

업계선 발전공기업 민영화·통폐합론 다시 불거져

“한전은 전력망 사업만, 소매는 발전사업자들에 넘겨야” 주장도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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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가 어수선하다. 한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며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 신청이 몰렸다. 김동철 사장도 “그동안 최선의 가치로 내세웠던 '세계 최고 품질의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자'는 가치에서 벗어나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신사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암시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시장'을 내세운데다 김동철 한전 사장까지 공기업 중심의 전력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20년 넘께 이어져 온 발전-판매 겸업 금지 등 한전의 독점이 깨질지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주 4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희망퇴직 실시 계획 규모였던 약 150명 대비 2배가 넘는 직원이 몰렸다. 한전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입사 4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가 369명으로 집계됐다. 입사 20년 이상인 직원이 304명 신청했고, 입사 4~19년인 직원이 65명 신청했다.


김동철 사장은 지난주 에너지업계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언제까지 선배들이 30년 전 이뤄놓은 '고품질의 전기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가치에 안주하고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한전이 초유의 재무위기에 처한 것도 역설적으로 그런 자부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이제는 에너지 자체로 신사업을 육성해 새로운 국가동력을 창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주도의 전력산업에서 민간과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비중이 15%인데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최상위 수준"이라며 “미국은 0.1%에 불과하며 다른 OECD 국가들도 대부분 전력산업을 민간으로 이양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공부문에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에너지산업도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신사업 육성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맬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김 사장의 발언을 두고 에너지공기업 통폐합 혹은 축소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발전-송배전-판매 '겸업' 금지 원칙이 깨질지 주목된다.


당시 구조개편을 통해 한전과 6개 발전사가 분리됐지만 여전히 한전이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발전사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도 한전의 발전사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하다. 한전 자회사 6개 발전사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60%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정부가 한전과 발전사들의 요금과 사업구조를 통제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에너지위기의 원인이 이같은 구조도 영향이 있다며 한전의 독점적인 전력소매 판매 권한과 정부의 요금통제 기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서 규정하는 발전-송배전-판매 '겸업' 금지 원칙은 당초 국내 전력산업을 분할해 독점을 원천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중 발전과 판매를 강제 분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항이 현실적으로 전력시장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적자 해소를 위해 발전사들로부터 도매로 사들이는 전기 가격인 전력구입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소매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발전사들의 이익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는 모두 전기 소매 부문에서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OECD 37개국 중 송배전망과 전력 소매시장 모두 독점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전력업계에서는 수년째 전력시장에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판촉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며 구조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국회 산자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도 공기업의 부채는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한 만큼 진정으로 전력시장의 개선을 원한다면 22대 국회에서 전력시장의 전격적 개방과 경재 확대를 위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전 사업자가 직접 판매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통 마진'을 절감할 수 있고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직접 전기 판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민간 발전사업자가 참여해 신사업이 육성될 수 있는 만큼 겸업 금지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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