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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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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쏠림현상 심화…정부가 ‘로또청약’ 부추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6 15:04

분상제 아파트 경쟁률, 비분상제 대비 6배 ↑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 '로또 청약' 발생

사회적 자원 낭비, 전문가 “상한선 설정·지역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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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청약'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연합뉴스

올해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아파트 경쟁률이 비분상제 아파트 대비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로또청약' 및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형평성 논란 및 분상제 폐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분상제 인기

16일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민간분양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지난 15일까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은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은 평균 3.2대 1로 집계됐다. 반면 분상제가 적용된 아파트는 평균 19.5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하며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인건비 및 자제비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분상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낮은 분양가로 인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분상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평)당 6792만원이었던 반면 비적용 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7275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여기에 분상제 아파트의 희소성까지 커지며 인기가 더욱 올라갔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체 분양 물량 중 29.9%를 차지했던 분상제 아파트 비율은 올해 10.5%까지 감소하며 예년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올해 분양 단지 중 가장 높은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442.3대 1)와 충남 아산 '탕정삼성트라팰리스'(407.4대 1)은 모두 분상제 적용 단지였다.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분상제 공급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투기' 부추기는 분상제, 형평성 어긋나

그러나 분상제가 '로또청약' 및 '투기'를 부추기고 있고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폐지 여론도 높다. 분상제는 투기과열지구 등 일정한 지역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일정한 기준으로 산정한 분양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택가격이 치솟던 시절 서민 내집 마련을 돕고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재산권 침해, 재개발·재건축 위축, 청약의 '로또화' 및 집값 안정 실패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에 맞지 않게 집값을 강제로 내려서 팔게 하다 보니, 조합 또는 조합원이나 시행사·시공사가 누려야 할 수익이 '운이 좋은' 일반 청약 당첨자가 독차지하게 됐다. 전매 제한 또는 의무 거주 기간을 둔다지만 거주 요건만 채우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회피하고 시세 차익을 누리는 이들이 많다. 주변 단지 가격 인하 효과도 없었고 오히려 해당 단지들의 시세가 폭등하는 현상만 방생했다. 특히 분상제로 인해 청약시장에 과도한 수요가 몰리는 '로또 청약' 현상이 발생했다. 신축 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절반 가량에 분양받아 엄청난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니 너도 나도 청약을 넣게 되는 '투기 현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건축비 원가부터 이익까지 통제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대였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입주 직후 평당 1억5000만원대의 시세가 형성됐다"면서 “분상제가 계속되려면 분양가 심의 과정에서 감정평가 시 보정 권한 등이 주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상제에 대한 정부의 본래 취지는 시세를 자극해 주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었지만 비분상제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가 심해 결과적으로 로또분양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며 “분상제 적용 단지와 가격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니 다른 지역 분양 경쟁률도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상제가 유지돼야한다고 생각하지만, 5~10%의 상한선을 두고 지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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