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온전히 담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의 최대 걸림돌은 '여소야대 국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의 실무안(초안) 발표 후 환경부 전력환경영향평가 등 다양한 후속절차 진행이 예상됐지만, 이 또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11차 전기본의 향방을 가를 국회로 일찌감치 공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11차 전기본 초안에 대해 야당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최종안까지 확정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9일 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에서 초안 발표 시점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초안 발표가 지연되면서 후속 절차 단축을 위해 환경부의 전력환경영향평가가 병행돼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반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부 집권 3년 차인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청회와 전력정책심의원회가 사실상 요식행위인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동의만 얻는다면 최종안 확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원자력발전 확대에 대한 야당의 동의가 11차 전기본 수립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본 수립·변경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는 사실상 형식적인 서면보고였으나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보다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더 길게 남아 있는데다 야당이 다수당이라 산업부 입장에선 난처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난 정부부터 줄곧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신규 원전 백지화가 아니면 보고도 받지 않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결국 여야 합의인 만큼 정부 여당이 원하는 전기본 확정을 위해서는 야당은 반대급부로 특검이나 다른 쟁점 법안 통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본 소관 국회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 일정이 잡히기 위해서는 여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 불발 등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수립 기간은 차일피일 연장될 수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11차 전기본부터 국회 '보고'가 아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주요 에너지 계획을 담은 전력수급계획 확정시 국회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한 야당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22대 국회 원 구성 이후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 11차 전기본부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확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이 당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50탄소중립과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계획 수립 후 국회의 검토를 거쳐 계획을 추가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수립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지난 9차 전기본도 원래 일정보다 1년이 연장된 바 있다. 10차 전기본이 지난해 1월 수립됐으니 11차 전기본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만 수립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산업부에서는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지속적으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전기사업법 25조에 따라 2년 마다 국가의 15년 간 중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전력 설비와 전원 구성 설계 등을 계획한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원전 적극 활용, 신재생에너지 합리적 보급, 석탄 감축 유도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11차 전기본에는 이같은 기조가 더욱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