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후 사고 없이 귀국하면 보험료를 일부 환급해주는 여행자보험이 인기를 끌자 금융당국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상품 창의성 등을 위해 당국의 과한 제재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판매하는 해외여행자보험의 가입자가 지난 4월 출시 10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초기 계약자 기준 재가입률도 30%를 기록하고 있어 여행자들을 타깃으로 한 해당 상품이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상품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여행수요와 맞물려 흥행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과정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카카오톡'을 통해 상품 접근성을 높인 것도 신계약 체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해당 상품에서 해외여행 후 무사고로 돌아오면 보험료의 10%를 '안전귀국환급금'으로 지급하는 등 그동안 시장에 없었던 혜택을 제시했다. 그동안에는 사고가 나야 보상금을 받는 방식의 보험 상품만 있었다. 카카오페이손보에 따르면 가입자의 75%는 '안전 귀국 환급금' 혜택을 받아갔다.
해당 상품이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자 최근 업계가 이와 관련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4월 24일부터 KB스타뱅킹에서 KB해외여행보험을 가입할 경우 사고 유무와 관계 없이 '귀국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험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KB포인트리로 최대 3만 포인트까지 지급한다. KB손보의 경우 사고 없이 귀국할 경우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가입자에게 보험료 10%를 리워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캐롯손해보험도 지난 3월 '안전여행 축하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가입자가 사고 없이 귀국할 경우 결제한 보험료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롯포인트로(최대 3만 포인트)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상품이 보험 원리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기본적으로 손해보험은 보험자가 보험 사고로 입은 물적 손해 등에 대해 보상해주는 구조다. 사고 없이 환급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 원리에 어긋날 수 있단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시장 점검을 통해 해당 보험을 들여다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보험사가 환급비를 어떻게 내주느냐'가 중요한 논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는 기본 요율에 따른 보험료와 사업비 보험료로 구분된다. 요율을 통해 보험료를 책정한다면 향후 자체보험료가 높아질 위험이 있고, 사업비에서 내주는 구조라면 일단 보험사가 감당하는 영역이지만 향후 보험사가 사업비 명목으로 보험료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보험료율의 환급일 경우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소비자 범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환급 제도가 타 상품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문제 발생의 여지가 크지 않아 당국의 제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업비에서 환급금을 지출할 경우 이를 보험사가 부담하겠다는 의미이며, 보험사기 방지에도 효과를 주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는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아이디어가 상품화 된 경우로 본다"며 “보험사 상품 창의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오히려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수령하는 보험사기가 전체 보험료를 높이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보험 필요성 인지와 보험사 건전성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