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으면서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했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최근 안팎의 행보들이 매물로써 몸값 입증에 어느정도 효과를 보일지에도 시선이 모인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DB PEF)에 2990억원을 출자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산은은 또한 추후 펀드비용 충당 등을 목적으로 최대 80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수 있도록 했다.
산은은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설립한 KDB PEF를 통해 KDB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은 산은이 70%를 지니고 있다.
산은은 이번 출자로 앞서 KDB생명이 추진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DB생명은 지난 4월 3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을 공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에 2106억원, 채무상환에 99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이번 증자까지 포함해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금액은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이번 자금수혈의 목적은 KDB생명 재무구조 개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겠다"며 “KDB생명의 가치를 제고하고 그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엔 KDB생명 영업 측면에서 체질개선에 나서려는 내부적인 변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단기납 종신보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CSM 확보에 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KDB생명은 최근 일반 암 진단을 받거나 50% 이상의 후유장애를 입을 경우 냈던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기준에 상응할 경우 해지환급금도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암을 진단받으면 보험료 전액을 지급받고 사망보장까지 가능한 이른바 '암 종신' 상품이다. KDB생명이 내놓은 상품의 경우 10년 시점 해지환급률 124%를 적용해 암 진단으로 보험료를 돌려받고 납입면제된 가입자가 해약환급금까지 받아갈 수 있도록하는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첩 혜택을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 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KDB생명은 올해 초 유병자, 무심사 단기납 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주춤해지던 시기에도 강수를 뒀다.
시장은 KDB생명이 가치를 제고한 뒤 재매각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염두에 둔 KDB생명의 사업 재점검과 산은의 자금수혈 등이 자본건전성 개선 성공을 이뤄낼지에 시선이 모인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효과 등을 감안하면 KDB생명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돌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안팎의 노력에도 매물로서 몸값을 입증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매각에 있어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고질적인 장애물 요소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17.5%로 직전 분기인 134.1% 대비 하락했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다 생보업권 평균인 232.8%와 비교하면 더 부진한 수치다. KDB생명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내재가치는 2540억원 적자, 신계약가치는 4610억원을 나타냈다.
거듭된 매각 불발과 적자, 어려운 생보업황 등도 아직까지 매각을 희망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여섯 차례나 실패했다. 앞선 매각 실패들로 인해 인수 후보군이 다소 떨어져 나간 데다 원매자의 수개월에 거친 실사 과정 후 조단위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단 결론 등이 나오면서 매물로서 매력도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산은의 증자 효과를 일부 보더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심도있는 자구책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적자를 기록 중인 보험사이면서 특히나 업권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생보사이기에 시장에서 매력도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를 보고 있다면 미래에 들어올 이익을 가정해 손익을 인식하는 구조의 새 회계기준을 적용할 때 몸값에도 불리하고, 현재 들고있는 계약이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어 인수 후 경영도 부담스러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