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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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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택 수명, 주요국 3분의1…자원 낭비·환경 오염 심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0 14:38

국내 공동주택 평균 수명, 주요국의 3분의 1 수준

물리적 내구성 이유로 진행된 재건축 오직 11.5%

전문가 “재건춖·리모델링 각 특성 맞는 활성화 대안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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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김다니엘 기자

주택 장수명화(주택의 수명 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환경 친화적인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펴낸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주요국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짧은 주택 수명은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때문에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주택 리모델링은 '남의 얘기' 수준이다. 지난해 건축물 착공면적 기준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이중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 리모델링의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이처럼 리모델링 비중이 적은 것은 우선 재건축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주택 건설 후 20년이 지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리모델링을 통한 장수명화보다 재건축을 추진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는 곧 자원 낭비,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물리적인 내구성을 이유로 재건축을 시행한 사례는 전체의 11.5%에 불과했다. 나머지 88.5%는 기능적·사회적 이유에 따른 것이었다. 물리적 노후화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즉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보기 이해서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리모델링을 활성화해 주택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친환경적이며 건물 주요 구조부 등을 존치 및 활용하기 때문에 재건축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다. 특히 '전면 리모델링'과 '부분 리모델링' 중 부분 리모델링을 활용하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원 정책은 미약하다. 대표적으로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하곤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 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바꿔 에너지 효율및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다음해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한 후 2020년부터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애초 설정한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살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구임대주택 5만6535호의 그린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해 진행 중이지만, 준공은 2020년 300호, 2021년 500호에 그치며 1.4%의 공사진척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재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지원 정책의 준공 공정률은 목표의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그린리모델링의 시행을 시장 자율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예상되며 공사 보조금 지급, 공사비 저리 융자, 세제 혜택, 건축규제 완화 등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후 저층주택(단독·다세대·다가구)은 주택조합 등 연합을 구성해 집단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용선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중 어는 부문의 활성화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주거에 대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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