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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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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낮엔 폭염, 밤은 열대야…‘열사병 10분’ 생사 갈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4 22:32

■ 생명 위협 '온열질환' 종류와 대처법

열사병·일사병·열탈진·열경련·열실신 5개로 분류

40℃ 이상 고열·의식장애 동반 열사병 가장 위험

체온조절 성인 70% 이하 소아·노약자 예방 중요

체온·수분 관리 필요…가벼운 샤워 숙면에 도움

경포해수욕장 백사장

▲강원도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이 열대야를 피해 나온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고 8월에 접어들자마자 극한의 폭염과 열대야(熱帶夜) 현상이 연일 이어지면서 만성질환자·노약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무더위 건강관리'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기상청은 5일 전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일사병·열사병·열실신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사망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응급환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관광지 여행, 물놀이 등 야외 엑티비티 체험 등 평소보다 신체활동이 활발해 질 수밖에 없다는 특성상 자칫 과도한 일사량 노출이나 체내 수분(땀) 유출은 온열질환 발생 위험을 자초하게 돼 각별한 자제와 주의가 요구된다.


온열질환 집중발생 오후 2∼5시…무리한 야외작업·운동 피해야

온열질환이란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체온의 상승이나 수분·전해질 부족 등이 발생하는 여러 신체 이상을 말한다. 열사병, 일사병, 열피로(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는데 심부 체온이 40℃를 넘는 고체온에다 의식 장애가 동반되는 열사병이 가장 위험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어린이(체온조절기능 미숙)나 노약자(체온조절기능 저하)는 정상 성인의 60~70%밖에 방어기능이 되지 않는다. 인체 방어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체온(열)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뇌 중추에서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심장병·당뇨병·콩팥병 등 만성환자들은 보통의 어린이나 노인보다 더 위험하다. 정상인 경우에도 과로나 과음을 하면 온열질환을 피해가기가 어렵고 심지어 심장이벤트(심근경색·부정맥·심부전 등)까지 겪게 된다. 잠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도 체온 조절 및 방어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순환기내과 전문의 노태호 원장(노태호 바오로내과)은 “폭염에 시달려 심장이 빨리 뛰거나 불규칙해지면 우선적으로 몸을 기대거나 뉘여 안정을 취하면서 추이에 따라 병원에 가거나 119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당부했다.


당뇨병 환자는 무더위에 노출되면 땀을 흘리면서 일시적으로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혈액의 농도가 진해지기 때문이다. 당분 덩어리인 빙과류나 청량음료는 혈당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냉수나 시원한 보리차·녹차를 마시거나 수분 함량이 많고 당도가 낮은 과일·채소를 먹으면 좋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자율신경에도 합병증이 생겨 뜨거운 야외와 차가운 실내 환경에 교대로 노출되면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구급활동의 70%는 오후 2∼5시 사이에 이뤄졌다. 이 시간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가장 더운 시간대(낮 12시~ 오후 5시) 야외작업·운동 등을 피해야 한다. 시원한 곳에서 휴식하기, 규칙적으로 물 마시기, 외출 때 햇볕을 차단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의 옷 입기 등이 안전수칙의 기본이다.


열사병 10분 방치해도 생명 위험…체온 39℃ 이하로 빨리 내려야

열사병은 온열질환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 10분만 방치해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더운 공기와 강한 태양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급격히 올라간 체온을 제대로 낮추지 못해 생긴다.


무덥고 밀폐된 실내 공간 등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으로 상승한 몸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온에 노출된 후 40℃ 이상의 고열이 있지만 땀이 잘 나지 않으며 발작이나 혼수 같은 응급상황이 동반된다.


응급실로 빨리 옮기되 급격히 체온을 낮추는 조치를 해야 한다. 옷을 벗기고 찬물을 붓거나 얼음물에 몸을 담가서라도 체온을 '39℃ 이하'로 빨리 내려주어야 한다.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을 뿌리면서 수건이나 부채로 계속 부채질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물을 먹이면 기도가 막혀 더 위험할 수 있다. 응급처치에도 회복이 잘 안되면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준다.


열탈진(열피로)은 고온 환경에서 수분 보충이 원활하지 않거나, 장시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염분이 적은 저농도의 물만 보충했을 때 흔히 일어난다. 피로, 기력 저하, 어지럼증, 두통, 오심, 구토, 근육 경련 등을 호소한다. 체온은 40℃ 미만이고 대개 땀을 계속 심하게 흘린다.


이런 상태를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켜 옷을 벗기고 바람으로 체온을 낮춰준다. 구토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의식이 뚜렷하며, 빈맥이나 부정맥 없이 심한 고열상태가 아니면 수시간 내에 회복된다.


열경련은 근육 경련과 통증이 특징적이다. 몇시간 동안 격렬한 활동을 한 직후나 휴식·샤워 중에 주로 종아리, 허벅지, 어깨, 배 근육에서 나타난다. 운동 중 땀을 많이 흘리면서 물만으로 수액을 보충해 혈액에서 나트륨 농도가 감소하면 흔하게 발생한다. 체온은 정상이거나 올라갈 수 있다. 우선 경련이 있는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열실신은 더위로 인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말한다.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탈수가 되면 체온을 낮추느라 혈액이 피부쪽으로 쏠려 몸속의 장기나 뇌에 피의 양이 부족해진다. 누워서 다리를 올리며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호전이 잘 안되는 경우 수액주사제 치료가 필요하다.


열사병과 같은 심각한 단계에서는 지체 없이 응급실을 방문해 정맥 주사를 통한 수액 보충과 열을 떨어뜨리는 치료와 동시에 중환자 처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오상훈 교수는 “열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둔한 어린이나 노약자, 환자들은 온열질환 발생 전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항상 날씨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장시간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잠들기 전 냉수샤워, 술·커피·수박 섭취 자제…15~30분 낮잠 권장

무더위 스트레스는 한낮이 아닌 밤에도 찾아온다. 밤 시간대 기온이 25℃ 이상을 기록하는 열대야에는 잠자는 동안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한다.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고 심박수도 증가한다. 푹 자는 단계인 렘(rem)수면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열대야에 시달리면 아침이 되어도 온몸이 무겁고 피곤함을 느끼며, 낮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두통·소화불량까지 일어나기 쉽다.


열대야 속에서 조금이라도 쾌적한 숙면을 취하는 방법으로 전문의들은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하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덥다고 잠들기 직전에 목욕하거나 너무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면 오히려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또한, 열대야에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는 것은 수면에 안 좋다. 알코올의 수면 효과는 잠깐뿐이고 오히려 숙면하는데 방해가 된다.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와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잠들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를 많이 먹으면 배뇨작용을 촉진해 잠에서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깬다.


초저녁의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은 숙면을 돕지만 잠들기 2시간 이내에 운동을 하면 상승한 체온으로 잠들기가 더 힘들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잠을 청한 지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를 벗어나서 몸을 식힌 후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더워서 잠들기 힘들다고 에어컨을 장시간 강하게 틀어 놓고 환기를 안 시키면 '냉방병'이 생길 수 있고, 갑작스러운 체온 저하와 혈액순환 장애로 피로감이나 두통이 오고 심하면 신경통, 소화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잠을 잘 때 에어컨은 강하게 잠시 틀어 놓았다가 끄는 것보다는 약하게 여러 시간을 틀어 놓는 것이 낫다.


한의사 변희승 원장(여의도 한의원)은 “열대야에 뒤척이며 늦잠을 자기보다 오히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좋으며 잠이 모자라 낮에 졸릴 땐 15∼30분 정도 가벼운 낮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면서 “일어난 후 미지근한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스트레칭이나 체조, 산책 등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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