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창립 72주년을 맞아 사내방송을 통해 창립기념사를 발표했다. 그룹 계열사들도 장기근속자 포상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사업보국'의 창업정신을 되새겼다.
1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신념과 최고를 향한 끈질긴 집념으로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고 100년 한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라며 올해 진행했던 현장경영을 통해 만난 임직원들의 역량을 칭찬했다.
그는 “순간의 주저가 영원한 도태를 부르는 냉혹한 환경 속에 모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성공 경험의 확산으로 이를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부문 성과에 대한 의미도 부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통합 원년을 맞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도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2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9% 급증했다. 7월에도 루마니아와 1조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국제방위산업 전시회(KADEX) 2024'에서 K-9 유무인복합체계(MUM-T)도 처음 공개했다. 이는 원격 주행·운용이 가능하고 사거리연장탄 등에 힘입어 사거리도 기존의 2배 수준인 80㎞으로 늘어난다.
기존 궤도식 대신 바퀴를 달아 도로 주행성을 높이고 항공 운송이 용이한 차륜형 무기체계도 전시했다. 글로벌 자주포 수출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지기 위함이다.
한화시스템도 2분기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135% 늘었고, 7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다기능레이더(MFR) 공급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0.25m급)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우주사업에 대한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하는 전술5G통신체계와 지휘통제·통신 통합 솔루션 'MOSS 플랫폼'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방산계열사들이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일시적인 성공에 머물지 말고 연구개발(R&D) 및 현지화 전략 등으로 시장 개척에 매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그레이트 챌린저'로서의 위기 극복 방식도 재차 상기했다. 시장이 우호적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기 보다 적극적·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에너지사업 부문을 향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작은 성공에 안주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석화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 부진 △해상운임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익성 향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양광사업도 폴리실리콘·셀·웨이퍼·모듈을 비롯한 제품가격이 2022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중국발 공급과잉을 비롯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엔진을 비롯한 조선해양 부문의 경우 '글로벌 해양사업 리더'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더 큰 성공의 발자취를 남길 것을 독려했다.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중으로, 액화이산화탄소(LCO2)운반선·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개발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해양플랜트 및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향상을 위해 싱가포르 다이맥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캐나다와 폴란드향 잠수함 수출도 추진 중이다. 한화엔진은 선박용 이중연료엔진 라인업 등으로 수익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그룹이 화약사업을 모태로 하는 만큼 안전의 중요성도 설파했다. 김 회장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라며 “대표부터 임직원 개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