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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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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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K-반도체 클러스터, 전기 없어 개점 휴업될 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17 15:36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기 남부권에 622조 규모 생산 시설 투자

11차 전기본, 2038년까지 수도권 반도체 공장 전력 15.4GW 예상

한경협 “정부·한전, ‘긴급 전용 송전망’ 수익자 부담 원칙 폐지해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경기 남부권에 세계 최대 규모 생산 기지를 건립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전력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출액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상 관련 기업들의 공장에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재생 에너지 도입량 확대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경기 남부권에 622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2043년까지 용인시에 380조원을 들여 218.3만평의 부지에 파운드리 팹 6기와 첨단 연구팹 3기를 공사 중이거나 착공할 예정이다. 평택시 내 약 87만평의 대지에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약 120조원을 들여 메모리 파운드리 팹 6기를 짓는다는 계획이고, 현재까지 3기는 완료됐고 1기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용인시 내 126만평 수준의 부지에 122조원을 투입해 메모리팹 4기를 건설한다는 방침 아래 부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 내년 초 1기 팹 착공을 시작한다.


이처럼 대규모 K-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지만 정작 완공 이후 구체적인 전력 공급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준공 시점을 이미 5년을 넘긴 동해안-신가평 선로는 2026년에도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의 반대, 지방 자치 단체 소송 등 각종 방해 요소 탓에 준공 지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북당진-신탕정 송전 선로는 11년 5개월, 신장성 변전소는 5년 2개월 지연됐다. 통상 공장 인근 액화 석유 가스(LNG) 발전소 추가도 부지 선정과 각종 인·허가 등 운영에 이르기까지 최소 3~5년 가량 소요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래 국가 수출액 중 반도체 산업의 비중은 20% 이상으로 무역 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허가 지연이나 송전망 미확충, 전력 부족 등으로 시설이 적기에 가동되지 않거나 중단될 경우 대규모 피해 발생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 또한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등 첨단 산업군은 타 산업 대비 전력 의존도가 최대 8배 가량 높다. 때문에 업계는 전력 수급 개선책인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근한 예로 대만반도체제조(TSMC)는 전력난으로 인해 신규 데이터 센터를 짓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 산업군 전반에 걸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상 2038년까지 수도권에 세워지는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는 총 15.4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한국이 전기본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려야 AI와 반도체 분야의 예상 전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에서는 주 정부 단위로 이뤄지던 송전 계획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주도로 바꿔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를 가동하기 위해 고덕-서안성 간 23km에 이르는 송전망 구축에 4000억원을 직접 부담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고동진 국민의힘(강남 병) 의원은 정부 책임 아래 전력·수력 인프라 신속 구축 지원 방안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제출했고 계류 중에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는 '긴급 전용 송전망'을 깔면 수익자가 부담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전력망을 회사 비용으로 갖추는데 전기료까지 지불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을 하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도로·용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도 추진돼야 한다"며 당국의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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