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관 장애, 섭식 장애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 열어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DGIST 뇌과학과 김규형 교수 연구팀이 음식물이 소화기관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삼켜지는지 조절하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 결과, 음식물이 소화기관의 앞부분에 쌓이면 발생하는 압력을 감지해, 삼키는 행동을 피에조 채널(PIEZO Channel) 단백질이 유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발견은 소화관 장애나 섭식 장애 치료법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소화기관에서는 다양한 신호가 발생하며, 이 신호들은 몸의 중요한 생리적 과정과 연관될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관 내에서 음식물들의 이동 및 축적이 어떻게 감지되고 처리되어 삼킴과 같은 중요한 섭식 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미비하다.
한편, 피에조 채널은 우리 몸에서 물리적인 압력이나 자극을 감지하는 단백질이다.
이 채널은 세포막에 존재하며, 압력이나 힘이 가해지면 열리면서 칼슘 이온(Ca2+) 같은 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이렇게 들어온 이온은 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몸의 반응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피부로 느끼는 촉각, 혈압 감지, 그리고 폐와 방광의 팽창 감지에도 피에조 채널이 관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피에조 채널이 소화기관에서 음식물이 쌓이는 것을 감지하고 삼키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사람의 소화기관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인두-장 밸브'라는 소화기관에 주목했다.
이 밸브는 인두와 장을 연결하며 음식이 이동하는 길목을 조절하는데, 사람의 식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피에조 채널이 이 밸브에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쁜꼬마선충이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장 앞부분에 쌓이게 된다. 이때 장이 팽창하면서 생기는 압력을 피에조 채널이 감지하고, 인두 피스톤 운동이라고 불리는 움직임을 통해 음식을 장 아래로 밀어내는 과정을 조절한다.
이로써 김규형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관에서의 음식물 축적에 의한 장 팽창이 섭식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특히 삼킴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개체 내에서 분자적 수준으로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본 논문의 교신저자인 김규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몸의 내부 감각이 섭식과 관련된 생리적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실마리 밝혀냈다"며, “이 연구가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소화기관의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생리적 과정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관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본 연구는 DGIST 뇌과학과의 박연지 박사과정생과 연지혜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김규형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뇌연구원 강경진 박사팀과 한국과학기술원 이경은 박사팀 협력연구로 진행됐고, 지난달21일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 저널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