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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현대차 커넥티드카 OS 독자개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06 17:05
[이슈탐색] 현대차 커넥티드카 OS 독자개발

커넥티드카 운영체제 개발 1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이 ‘ccOS’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너지경신문 김양혁 기자] 한여름밤에 꾸는 망상일까, 아니면 새로운 장밋빛 청사진일까.

현대차가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OS) 독자 개발을 천명했다. 커넥티드 카는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융합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그동안 OS 개발은 ICT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컴퓨터의 원도우즈, 구글-애플이 각각 개발한 안드로이드와 iOS가 고정관념을 확고히 심어줬다. 자동차 업체는 그래서 독자 개발에 뛰어들지 않고 ICT 업체와 손을 잡았다. ICT 업체도 개발과정에서 고배를 자주 들자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왔다.

그런데 현대-기아차가 "미래 커넥티드 카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독자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품질 및 고신뢰성을 확보한 다양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개발해 기술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와 ICT 사이에 장벽을 허물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자동차에도 엔진이나 변속기 등 차량 핵심부품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가 탑재된다. 다만 해당 소프트웨어는 각각 전장장비만 제어하기 때문에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선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필수다. 현재 커넥티드 카의 세계적인 추세는 자동차와 ICT 업체의 합종연횡이다. 스마트폰에서 독보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한 구글과 애플 역시 내부에서 진행하던 자동차 프로젝트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결국 자동차 업체와 협력으로 선회했다. 구글은 그동안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해 토요타 차량을 직접 구매한 뒤 개조해 테스트해 왔지만,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과 설계 단계부터 공동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경영학부)는 "결국 커넥티드 카 시장은 자동차 업체가 OS 업체로 전향하거나, OS 업체가 자동차 업체로 전향하는 방법 두 가지로 압축된다"면서 "이는 지식의 싸움과 시장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팀을 해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자동차 업체와 협업을 염두에 둔 수순이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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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미래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테크 마힌드라, LG유플러스와 함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테크 마힌드라 최고운영책임자 L. 라비찬드란 부사장과 윤병도 쌍용차 제품개발본부장 전무, 강문석 LG유플러스 비즈니스솔루션 본부장(부사장)이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국내에서도 이런 형태의 협업은 진행 중이다. 쌍용자동차와 테크 마힌드라, LG유플러스는 향후 3년 내 커넥티트 카 플랫폼 공동 개발 및 론칭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차량 내부 시스템을, 테크 마힌드라는 차량의 안전, 보안 및 원격 제어 관련 텔레매틱스(Telematics) 플랫폼을, LG유플러스는 무선통신망 제공 및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현대차가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로 명명한 커넥티드 카 OS 콘셉트카의 출시 시기를 2020년으로 잡은 데 비해 쌍용차는 이보다 앞당긴 2019년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카쉐어링 업체인 그린카와 네이버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Cisco)와 손잡고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커넥티드 카의 또 다른 핵심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ccOS를 개발하기 위해 리눅스 기반의 제니비(GENIVI) 등 오픈 소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니비는 내비게이션, 전화, 인터넷, 음악·뉴스 및 위치정보 등 광범위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개방형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2011년 BMW 등이 주도해 결성했다. 이후 재규어랜드로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현대차는 그동안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초 제니비의 이사회 회원에 선출됐다. 이후 남양연구소 차량IT개발센터 내에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셈이다. 때문에 현대차의 선언이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인 개발 현황이 바탕에 깔린 청사진이 아니라 단순 선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운영체제 구축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 첫 단계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 뿐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물론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의 획기적인 시도 자체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운영체제 독자 개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얻어지는 기술들을 토대로 향후 다른 기술들도 받아들이는 인텔리전트 커스터머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ICT 업체들과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스마트폰과 자동차 결합이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도 이제 해킹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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