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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전 기우(杞憂) 마케팅, 노림수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03 18:42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원전 기우(杞憂) 마케팅, 노림수는? 

정범진 교수

▲정범진 교수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건강과 의료 상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보면 몸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최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보험이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다. 공포를 이용해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건강검진과 건강보험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국가 의료보험은 충분치 않고 추가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또한 여러 보험을 들어두어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공포를 성공적으로(!) 조장한 결과 형편을 넘어서는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의 또 다른 좋은 소재는 ‘안전에 대한 위협’이다. 인류가 살아남은 것은 조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하지 않더라도 위험하다고 여기고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따라서 ‘위험하다’는 신호는 대중에게 잘 먹혀 들어간다. 언론과 NGO가 주로 이 장사를 한다. 언론은 특종을 위해서 NGO는 흠집내기를 위해서….

신문을 팔고 시청률을 높이려면 화끈한 소식이 필요하고 주목을 받으려면 현안을 제기해야만 한다. 뉴스거리가 없으면 키워서 기우(杞憂)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난 50년간 틈만 나면 대서특필했던 원전과 관련된 뉴스가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 되었던 것은 우려거리가 아닌 것을 우려거리로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만 불쌍하다.

국민들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정치인도 프레임 전환을 위한 소재로 원자력 관련 현안을 이용한다. 정치 현안으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빼앗기 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도 그런 것 같다. 사회 고발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자 이제는 너도나도 고발을 하려고 든다. 없으면 고발거리로 만들어 서라도 고발을 하려고 한다. 최근에 나온 영화 ‘판도라’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원전 사고 때 발생되는 폭발은 수소 폭발이지 핵 폭발이 아니다. 수소 폭발은 핵연료가 산화하면서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건물의 벽체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을지언정 팔뚝 굵기의 철근이 감겨있는 두께 1.5m에 콘크리트구조물을 손상시킬 수는 없다. 원전 냉각재의 방사능 농도는 노출되었을 때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나타낼 만큼 높지 않다. 핵연료에 거의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여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게다가 바람마저 한 쪽 방향으로 불어 방사성 물질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하여도 원전의 부지 경계에서 2시간 동안 받게 되는 방사선량이 작업 종사자가 평생 한 번 정도 받아도 되는 양 이하여야 한다. 이를 초과하면 규제 당국의 운영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방사선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구토하고 쓰러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원전 사고는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고 순식간에 유독가스와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긴박한 사고가 아니다. 24시간 이상의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천천히 진행하는 사고이다. 원전사고가 위험한 것은 긴박성 때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환경이 방사능으로 오염된다는 측면에서 위험한 것이다. 원전은 이미 60여년이 경과한 성숙된 산업이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은 안전에 반영되었다. 원전과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쓰나미로 인하여 2만7000명이 사망했지만 방사선에 대해 사망자는 없었다.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사고에서 엄청난 방사성 물질 누출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3호기는 10년 이상 운전원이 근무하면서 가동을 하였고 TMI-2 사고에도 불구하고 TMI-1 원전 역시 설계수명까지 운전하였다.

상상력을 지나치게 동원했다. 그 영화가 지금은 흥행에 성공할지라도 10년 후에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여길까? 얄팍한 기우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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