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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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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칼럼] 올 원자력 최대 이슈는 ‘원전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05 19:33
천근영 에너지부 부국장

올해 원자력계는 고통과 시련이 점철될 해가 될 것 같다. 안전 포퓰리즘을 무기로 내세운 밖의 저항세력 때문이다. 당연히 올 원자력계 최대 이슈는 아이러니하지만 ‘원전정책’ 자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UAE 바라카 원전과의 추가계약, 고준위방폐물 관리법의 통과 여부, 영덕 천지원전 토지보상 등 걱정과 근심거리가 차고 넘치지만 이미 점화돼 서서히 불길이 번지고 있는 최대 이슈는 ‘원전정책’ 자체다.

신기후체제 출범 직후 원자력계는 쾌재를 불렀다. 유럽에서조차 ‘대안에너지’로 꼽히는 게 원전이기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타올랐던 탈원전 분위기는 신기후체제 출범 후 고개를 숙였다. 영국은 원전 신설을 재개했고, 스위스의 탈원전 계획은 국민투표로 무산됐다. 일본도 원전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유독 한국만 예외다. 경주에 강도 5.9의 지진이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 집중포화가 시작됐다. 국회는 물론 환경 및 반핵단체는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날을 세웠다. 이른 바 ‘탈원전 포퓰리즘’ 러시다. 반원전을 외치는 단체들의 주장은 탈원전. 구체적으로 짓고 있는 원전까지 중지시키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 명시돼 있는 원전비중은 2029년 22.3%다. 석탄 및 가스에 이어 세 번째다. 사상 최저치다. 8차 전력수급계획? 반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태생적 아킬래스건인 ‘잠재적 위험성’에 지진이 더해지면서 원전의 입지는 더 좁아진 것이다. 원자력계에 있어 신기후체제 특수는 ‘딴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표적인 갈등사업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처분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시급한 현안이자 이슈로 회자될 것이 틀림없지만, 국회 책상 속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사실 이 법은 향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등 후행 핵연료사업을 위한 근거법으로, 우여곡절을 거쳐 사상 처음 제정돼 공청회라는 법적 절차까지 완벽하게 통과한 후 지난해 8월 입법 예고까지 마친 상태다. 정부로서 할 일은 다 한 셈이다. 문제는 국회다. 원자력계가 우려하는 것은 책상 속에 묻혀 있다 회기를 넘겨 자동 폐기되는 사태다. 설마 이렇게까지야 될까 싶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작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처럼 종종 사람을 잡은 게 바로 그 ‘설마’ 아니던가?

신고리 5·6호기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난타를 당했다. 인허가까지 마치고, 원안위의 승인까지 나 짓기만 하면 되는데 국회는 물론 탈원전주의자들의 탈원전 포퓰리즘에 가로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독립적이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유 권한이 정치에 휘둘린 결과다. 사업자로부터는 독립성을 확보했지만 정치가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140만kW급 차세대원전인 신고리 5·6호기는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 모델의 반복형으로, 수출 원전의 완성도 제고를 차치하고 전력수급 안정화 차원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설비다. 중단도 말이 안 되지만 건설 지연도 원전정책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원전 신설이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는 단순히 원전 2기를 짓는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산업부의 계획은 1년에 2기의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제로. 아랍에미리트 이후 8년째 개점휴업 중이다. 이 시기에 러시아와 중국 프랑스 심지어 일본까지 수출에 뛰어들어 단독으로 때로는 컨소시엄으로 수십 기의 원전을 수주했다. 한국의 성과는 고작 연구용원자로 수출. 최근 정부는 민간 에너지포럼에 원전수출체계 재정비 용역을 발주했다. 목표만 있었지 실행적인 액션플랜이 없이 한전에만 맡겨놓아 사실상 부재한 원전수출체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다. 원전 수출 프로젝트는 대선 결과와 상관이 없다. 국내에 원전을 짓는 것은 찬반이 갈리지만, 수출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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