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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만든 개국공신들…"우리 역할 여기까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16 14:08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만찬에서 ‘비선 실세’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는 양정철(오른쪽 사진)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곁에서 정권교체의 문을 연 친문(친문재인) 직계 및 최측근 인사들이 잇따라 전면에서 물러나 먼 곳으로 떠나거나 백의종군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개국공신들의 ‘2선 후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내걸고 국민 대통합·대탕평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그 공간을 활짝 열어주겠다는 차원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및 후보 시절 반대파들로부터 ‘친문 패권주의’라는 공격에 시달렸고, 외부인사 영입 등 외연 확장을 통해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쪽에서는 "집권하면 다시 측근들이 완장 차고 전면에 나설 것"이라며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이들은 실제 ‘직’을 맡지 않는 것으로 ‘주군’에 대한 ‘충정’을 표한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후보로 나섰던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삼철’을 포함,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 출신 인사 9명이 일괄퇴진한 바 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이른바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인 ‘삼철’의 거취였다.

▲양정철 전 비서관(왼쪽),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 (사진=연합,에너지경제신문DB)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거론되다 인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이후 행보를 놓고 이목이 쏠렸던 문 대통령의 ‘복심’ 양 전 비서관은 16일 새벽 지인들에게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 제 역할을 딱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잊힐 권리’를 말하며 떠났다.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비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공직을 맡지 않더라도 국내에 머물 경우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비선실세’ 논란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외국에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지만, 본인의 뜻이 워낙 완강했다"고 전했다.

앞서 부산 출신의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 취임날인 지난 10일 주변 인사들에게 보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며 출국했다.

그 역시 그 역시 "삼철은 범죄자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들과 함께 ‘삼철’로 꼽혀온 전 의원의 이후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친 율사 출신의 전 의원은 현재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으며, 법무장관 후보 하마평에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통합과 포용의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그룹 가운데 소문상 전 정무비서관도 ‘생업’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비서관은 대선 기간 선대위에서 특정한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정무팀에서 선거전략 기획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한 인사는 "잠시 쉬었다가 개인사업을 다시 하기 위해 동업하는 분들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도전 당시 비서실장을 맡으며 본격적 인연을 맺은 노영민 전 의원도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거론됐으나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북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책을 맡긴 것이나, 일단 직접적 국정운영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게 된 셈이다.

노 전 의원을 포함, 친문 원년멤버들 상당수도 "새 정부 1기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심전심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재선의 박남춘 의원은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군에 거론되지만 "공직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우리의 꿈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었고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인재를 넓게 등용해 국정운영을 잘하셨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외연을 넓혀야 개혁의 동력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활동을 통해 개혁입법과 야당 설득 등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현직 의원 그룹에서 ‘신(新)친문’의 대표적 인사로 꼽혔던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인재가 넘치니 (저는) 비켜있어도 무리가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대표 시절 사무총장, 총무본부장 등 요직을 맡았고, 비문 진영의 문 대통령 공격을 막아내며 ‘호위무사’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 불출마했고 선대위 종합상황 1실장을 맡았다.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본업’인 국회의원에 더해 대통령 수행·보좌 역할까지 해온 김경수 의원도 내주쯤에는 본업으로 완전히 복귀할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몇 안 되는 인사다. 정무장관이 신설될 경우 적임자로 거론되기도 하고, 일각에선 정무특보 이야기도 나오지만, 김 의원은 본인은 "아무것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 의원은 "대변인까지 발표됐으니 이번 주가 지나면 어느 정도 정비될 것"이라며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등 참여정부 경험을 전달해주고 전반적인 일하는 시스템 정비만 되면 내가 청와대에서 할 일은 끝난다. 당과 국회에서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저런 오해의 소지도 있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은 내려놓고 직책을 맡지 않고 도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송인배 전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문 대통령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건영 선대위 상황실 부실장은 1부속 비서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가까이서 보좌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측근들이 모여 결의한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각자 스스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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