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촬영한 허리케인 어마의 위성사진.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올해 10번째 허리케인 ‘오필리아’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대서양 중부 아소르스 제도 남서쪽 760마일(1220㎞) 지점에 허리케인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케인은 중심부의 풍속이 시속 74마일(119㎞) 이상일 때부터 카테고리 1∼5등급으로 나눠 분류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위력이 세다.
오필리아는 풍속이 75마일을 넘으면서 허리케인으로 등급이 올라갔으나, 육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해상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허리케인이 발생 순으로 ‘프랭클린’, ‘거트’, ‘하비’, 어마‘, ’리‘, ’마리아‘, ’네이트‘, ’오필리아‘라고 전했다.
한 해에 10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한 때는 세기를 넘어 18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로라도 주립대 기상학자 필 클로츠바흐는 올해가 124년 만에 가장 많은 허리케인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1893년 당시만 해도 허리케인 분류 기준이 모호하고 기상관측장비가 발달하지 않아 현재보다 약한 수준의 열대성 폭풍이 허리케인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올해 미 본토 등을 위협한 주요 허리케인은 하비와 어마, 마리아, 네이트 등이다.
하비와 마리아는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까지 올라갔고 어마와 마리아는 카테고리 4등급이었다.
하비는 미국 4대 도시인 텍사스 주 휴스턴을 휩쓸어 50명 넘는 사망·실종자를 냈고, 어마는 플로리다 반도 전체를 강타했다. 플로리다에서는 미 재난 역사상 가장 많은 200만 명 이상의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마리아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직격해 섬 전체 전력 인프라를 파괴했고 4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네이트는 이례적으로 10월에 미 본토를 위협했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호세’, ‘카티아’, ‘리’도 멕시코와 카리브해 섬나라 등에 영향을 줬다.
올해와 비견될 만큼 허리케인이 활발했던 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1000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 만 명의 이재민을 낸 2005년과 대공황 시기인 1933년이다.
또 올해 9월은 허리케인이 축적한 폭풍 누적 에너지(사이클론 에너지)가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해로 2004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한편, 많은 과학자들은 올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을 기후변화에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허리케인의 파괴력을 키우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지구 온도 변화가 허리케인 하비나 어마를 유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 등 기후변화가 허리케인을 더 파괴적으로 만들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뜻해진 해수가 더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나아가 카테고리 3이나 4 정도의 고밀도 허리케인의 빈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통계에 따르면, 1901년과 2015년 사이 해수면 온도는 10년당 약 0.07도씩 상승했다. 따뜻해진 바다는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고옥탄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허리케인의 강도가 유지되더라도, 향후 더 잦은 폭우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이 더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갖게되면서다.
MIT의 케리 임마누엘 대기과학과 교수는 "특정한 기상 이변을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기후가 더 따뜻해지면서 민물 홍수가 더 문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심지 홍수가 빈번하다. 앞서 미국에서는 1950년 호우때문에 많은 폭풍우 방지 수도 관리와 환경 기반 구조가 마련됐다. 앞으로 더 강도 높고 잦은 폭풍우가 예상되면서 환경 시설이나 커뮤니티 조성에 있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라몬트 도허티 지구 관찰연구소의 레들리 호튼 기후 과학자는 "향후 허리케인 기후 모델이 나타날 경우 폭염과 강우, 잦은 해안가 홍수 등 더 극심한 형태의 기상 악화를 보게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