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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공작 의혹’ 김관진 전 장관 "MB 지시 따랐다" 일부 인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09 07:47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7일 조사를 받기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명박 정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에 대해 군 형법상 정치관여죄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군무원을 대폭 증원할 당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점, 사이버사의 활동 내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전날 오전 김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이날 새벽 1시께까지 15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10∼2012년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온라인상에서 정치관여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은 또 댓글 공작 활동을 벌인 530심리전단의 군무원 79명을 추가 배치할 때 친정부 성향을 지녔는지를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신원 조사 기준을 상향하게 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토록 조치한 혐의(직권남용)도 받는다.

실제로 당시 군은 연고지가 호남 지역인 지원자를 서류심사에서 배제하거나 면접에서 압박 분위기를 조성해 최하점을 주는 방식 등으로 대부분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함께 영장이 청구된 임 전 실장은 2011∼2013년 사이버사령부를 지휘하는 국방정책실장을 지내면서 김 전 장관과 공모해 정치관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실장은 정책실장 재직 시절 2년간 연 전 사이버사령관으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총 3000만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이 국정원 특별활동비에서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여론 개입 행위 등이 상세히 담긴 사이버사의 일일 동향 보고서 등을 받아본 행위 자체는 인정했으나, 당시 사이버전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북한의 국내 정치 개입에 대처하기 위해 정상적인 군 사이버 작전의 하나로 이뤄졌다고 인식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도 수사가 이뤄졌으나 군 당국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등을 기소하는 데 그치는 등 ‘윗선’ 규명이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군 당국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꼬리 자르기’ 의혹을 낳았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사이버사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내부조사 결과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VIP(대통령) 강조사항’이 기록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이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건 사실이지만 대북 사이버전 수행에 적합한 국가관이 투철한 인물을 가려 뽑으라는 취지의 지시로 이해했고 자신도 ‘호남 배제’ 등 차별적인 선발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또 사이버사의 주요 ‘작전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에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전 군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은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상황을 김 전 장관과 청와대에 매일 보고했다고 최근 폭로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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