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구자열 LS 회장, 허창수 GS 회장. (사진=각 사)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자열 LS 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거물급 재계 인사들이 최근 강원도 깊은 산골에 위치한 평창군을 일제히 다녀왔습니다.
바로 지난 9일 이 곳에서 개막한 국가적 국제 스포츠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이었는데요. 이 중엔 일찌감치 개막식 전날부터 현장을 찾아 막바지 현장 직접 챙긴 CEO들도 있었고, 실무급 인사들을 대거 투입시켜 행사의 원활한 지원을 물심양면 도운 CEO들도 있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아예 오는 25일로 예정된 폐회식 때까지 평창 일대에 머물며 올림픽 성공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으로, 우리나라는 3수 끝에 이번 행사를 유치해냈습니다.
이 같은 과정엔 정부는 물론 재계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평창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 회장이 확정 발표 직후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갖은 노력을 들여 올림픽 유치를 따낸 것인지 미루어 짐작됩니다.
재계는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국내 IT 업계는 평창올림픽에 매우 열을 올렸습니다. 평창올림픽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5G 통신기술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자리로, 정부도 이번 행사의 5대 목표 중 하나를 ‘ICT올림픽’으로 선정했을 정도입니다.
강원도 산골에 자리 잡은 평창군에선 현재 5G 통신 외에도 자율주행,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체험이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시간이 곧 돈인 기업 총수들이 산골 속 평창까지 찾은 이유가 단순히 행사 개최를 축하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가적·국제적 행사인 만큼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찾은 인물들도 더러 있을 순 있지만, 이보다는 국내외 유력인사들과의 교류를 위한 목적이 더욱 큽니다.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찾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전에 잡힌 미팅은 물론 즉석에서 이뤄지는 만남도 많고, 또 이 같은 만남이 사업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네트워크 구축 차원에서 다보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이는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그대로 적용된 듯한 모습입니다.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현장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스키연맹(FIS) 관계자 및 국내외 귀빈들과 만나 활발한 민간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도 환담을 가졌습니다.
황창규 회장도 평창을 찾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마츠 그란리드 사무총장,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CEO 등을 만나 친분을 쌓는 한편 KT가 올림픽 최초로 적용한 5G 기술력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외에도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바이두의 장야친 총재, 인텔의 브러이언 크러재니치 CEO, 차이나모바일 사웨자 부총재, NTT도코모의 요시자와 가즈히로 사장 등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CEO들이 평창올림픽에 대거 참석했습니다. 올림픽 기간을 활용한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죠.
기업 입장에서도 글로벌 경제인들이 대거 참여한 자리는 자사의 신사업을 홍보하고 협업을 이끌어 낼 기회로 활용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입니다. 또 실질적인 협업 기회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이번 평창올림픽 미팅이 그들과의 ‘친분’에 한 스푼 정도를 더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평창올림픽에 따른 경제효과가 10년간 약 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겐 올림픽 후원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국익에 기여하고, 동시에 마케팅 및 네트워크 구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 없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의 본질이 훼손돼선 결코 안 되지만, 평창올림픽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이 가져올 앞으로의 재계 성과가 매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