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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삼성중공업 ‘합병설’ 탄력, 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12.08 18:35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정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1조2000억원) 일반공모에 참여한다. 다만 실권이 발생할 경우다. 하지만 사재 300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남다르다. "이재용, 내가 보증할테니,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를 하라"는 선언과 같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성공 여부는 기관투자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8일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꼬일 경우 삼성 계열사가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도 여의치는 않다. 주주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면 이 부회장이 결국 사재 3000억원을 투입하며 구원등판에 나서는 상황이 초래된다. 시장에서 외면 당한 삼성엔지니어링은 그 순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이 부회장은 이때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이는 투자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각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합병해 건설만 떼어내는 합병설이 탄력을 받으며 확산되는 이유는 그동안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1조512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자본 잠식에 들어간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발행하는 1조2012억원의 유상증자의 25%인 3000억원을 팔리지 않으면 개인 돈으로 사들이겠다고 7일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를 3000억원 사들이게 되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19.88%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 부회장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구원의 손길을 뻗었지만 속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확보해 향후 삼성물산,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이유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부진하고 겹치는 사업이 많아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삼엔
삼성은 작년부터 경영권 승계작업과 함께 사업구조 개편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오면서 건설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작년 9월1일,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양 플랜트 분야 경쟁력 강화와 재무 악화를 해결하겠다며 합병을 발표했지만 주주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한도 4100억원을 넘어서는 7063억원에 달해 무산됐다.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합병 노력을 멈추지 않고 진행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도 2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2013년부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두 회사가 합병하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구조는 삼성SDI 13.1%, 삼성물산 7.8%, 삼성화재 1.1%, 자사주 7.6%로 이뤄졌다. 여기서 이 부회장이 19.88%의 지분을 차지하면 삼성 우호지분이 41.88%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1년 전과는 달리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순조롭게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5월 이재용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제일 먼저 진행된 사업 재편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란 점도 건설사 합병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중복되는 건설 사업을 정리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도 합병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이번 12월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유임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합병 추진을 위한 조짐은 각 계열사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풍력발전사업부 조직을 없앴고, 삼성엔지니어링도 올해 희망퇴직자를 받으면서 인원을 700명 가량 줄였다. 두 회사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력까지 투입돼 구조조정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상 합병 재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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