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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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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마이너스 금리’…세계 금융시장 막다른 골목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2.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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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외증시가 계속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을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화시켰으며, 향후 위기에 대응할 대안을 거의 없앴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도 마이너스 금리가 증시를 약세장으로 몰아넣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높이는 등 금융시장을 패닉 장세로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이 정책은 당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신호로 읽히는 데다 은행 수익을 악화시켜 경기를 부양할 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또 마이너스 카드를 꺼낼 정도로 당국에 남은 부양책이 거의 없다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은행들의 비용이 높아질 것을 투자자들이 우려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FT는 마이너스 금리가 더욱 연장돼 금융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제한할 것을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는 유로존과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5개 경제권으로 이들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심지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추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글로벌 외환전략 부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 즉 마이너스 금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작동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MSCI 전세계지수는 작년 5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으며,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는 8조 달러 가량의 자금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스티븐 젠 SLJ 매크로 파트너스 공동 창립자는 블룸버그에 "중앙은행들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으나 점점 시장과 은행이 파괴되는 모습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은행주들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당국이 위험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의 사업은 크게 위축돼왔다. 또 금융위기 당시나 이후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이유로 은행들에 부과된 대규모 벌금도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만성적인 수익 악화에 시달려온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금리가 낮아지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하락해 수익이 악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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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로 만성적인 수익 악화에 시달려온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주가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12.57%나 폭락했다. (표=BLOOMBERG)

이날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주가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13% 폭락했고, 크레디스위스와 씨티그룹의 주가도 각각 8%, 6%가량 하락했다.

이탈리아 대형 은행주 5개는 모두 9% 이상 급락했다.

핌코의 필립 보더로 금융 리서치 담당 부장은 WSJ에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내리거나 마이너스 대인 금리를 더 떨어뜨려 은행 마진과 수익에 타격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현금 비중을 늘리고 대출을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의 부양책이 오히려 대출을 줄여 경기 부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WSJ는 은행의 부진은 전체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로 통화 가치 하락을 기대했던 일본은 오히려 엔화가 치솟는 등 금리 인하 이전보다 더 강세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알렉스 드라이덴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기준금리에서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마지막 개척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 금리가 소비자들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 진짜 뒤죽박죽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핌코의 보더로는 유로존이 은행 부문의 위기를 촉발해 실물 경제를 악화시킬 뜻이 아니라면 금리를 더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내린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며 "이는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내 전문가들은 12일 중국발 쇼크 가능성과 국제유가 약세, 미국 경기 회복둔화, 유럽 은행권 부실 우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는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단기 급락을 되돌릴만한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2009년 이후 진행됐던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약세장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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