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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만병통치 오해…아직 걸음마 수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2.21 16:54

[인터뷰]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

버거씨병에 줄기세포 새혈관 만들어 통증완화 등 효과

병 하나에 한 종류 맞춤개발환자 잘못된 맹신 금물

▲버거씨병 치료 등 국내외 줄기세포 선구자인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를 만나 줄기세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민원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이경화 기자]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57)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버거씨병 치료 등 국내외 줄기세포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로 최근 한국줄기세포학회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줄기세포전문 글로벌 저명 학술지로의 발돋움을 목표로 국내에서 2008년 창간한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스템 셀(International Journal of Stem Cell)’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정맥학회·아시안 정맥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자가골수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버거씨병 치료의 효과를 입증, 그 연구결과가 지난달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앞서 줄기세포분야 국제 학술지 스템 셀즈(Stem Cells 2006년)와 유럽혈관학회지에 버거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이식술 임상성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혈관외과 의사이자 줄기세포 선구자인 그를 만나 줄기세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를 연구실에서 처음 대면한 날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버거씨병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된 것이었다. 


◇ 줄기세포 치료의 선두주자 

폐쇄성 혈전혈관염인 버거씨병은 팔·다리 동맥에서 생겨나는 염증성 변화로 인한 막힘으로 피부가 괴사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선 희귀난치성 질환(2만 명 이하의 유병률 질환)으로 분류돼 있으며 치료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버거씨병은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중·장년층의 협심증과는 달리 담배를 많이 피우는 20~40대 젊은 층을 위협하는 혈관질환이다. 주로 아시아권에서 발생빈도가 높고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흡연이 이 병을 발생·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버거씨병의 치료법으로는 주사나 약물요법, 막힌 동맥 상하부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혈관 우회술 같은 외과적 수술 등이 있고 일부 환자에선 풍선혈관 확장술·스텐트 삽입과 같은 방사선중재시술이 시도되기도 한다. 또 과거에는 주로 교감신경 절제술을 통해 혈관 확장을 유도, 절단을 방지하고 통증을 경감시키고자 시행했지만 그 효과가 불분명해 요즘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버거씨병을 치료하는 차원에서 동맥 우회술과 약물치료가 현재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러한 치료법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병의 진행 정도가 심각한 환자의 경우 동맥 우회술을 통해 괴사된 조직이 낫지 않는 한계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 지난 10~15년 동안 신생혈관조성술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괴사 조직에 이식시켜 새로운 혈관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연구들이 이뤄졌습니다"

신생혈관조성술은 큰 혈관이 막혀있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근육에 주사해서 자그마한 ‘측부순환’ 혈관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가 막혀 교통흐름이 좋지 않을 때 여러 갈래의 국도가 나있으면 굳이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동맥이 막히면 막힌 혈관 옆에 큰 혈관(고속도로)을 추가로 만들어주든지 가는 혈관(국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때 줄기세포로는 가는 혈관을 만들어주는 연구를 한다.

"줄기세포가 자가 복제·분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검증이 되면서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고 저 역시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생혈관조성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줄기세포는 새로운 혈관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요즘에는 줄기세포에서 사이토카인(세포호르몬)을 분비해 손상부위 통증을 많이 감소시키고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성 상처에 탁월한 치유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데에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 등 다양한 소스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는 윤리적 문제가 있어요. 흔히 인체에 있는 골수·지방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든지, 자기 혈액 내 줄기세포를 추출·배양, 또는 지난 2012년 일본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역분화 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합니다. 이 가운데 어느 세포가 가장 좋다고 할 단계는 아니며 어느 것이 되든지 간에 안전하고 유효한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현재 상품화 돼 널리 환자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주로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 
현재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줄기세포가 혈관 생성을 돕고 상처 치유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초기 단계를 말하는 것이지 진행된 상처에까지 적용되진 않는다. 썩어 들어가는 다리를 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줄기세포가 만능세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간혹 언론에서 일부 질환에 대해 일부 줄기세포 치료 효과와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약자인 환자 측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적용을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한 종류의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병통치가 가능한 치료제로의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에서 대상 질환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줄기세포에 대해 너무 조급증을 가져선 안됩니다"

◇ 공상영화 속 줄기세포의 미래 
줄기세포의 미래는 공상과학영화들이 그려낸 바 있다. 이쪽으로는 고전 격인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인간 배양 기술, 인간은 물론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하는 ‘가타카’의 DNA 편집 기술, ‘스타워즈’의 복제 생명체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영화 아일랜드 속 인간 복제는 성체의 체세포핵을 분리해 재프로그래밍시킨 후 사람의 난자와 수정시켜 새로 분화하게 하는 체세포핵이식법 시행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수정란은 완전한 형태의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일정 장소에서 배양한 후 조작된 기억을 주입받는다. 게다가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본래 인간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장기를 수여하고 대리출산으로 출산의 고통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처럼 성체가 나올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줄기세포가 미래의 치료를 대체할 것임은 의심하지 않아요. 제가 본 공상영화 가운데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을 제외하고는 현실성이 없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영화에서도 보듯이 인류가 인간복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치명적인 손상이나 노화된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해법만 있다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가 화성에서 언제쯤 살게 될지 모르듯 그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 가능성은 있어요"

인터뷰 말미에 평소 김 교수만의 건강한 혈관 관리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의사인 그가 말하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건강 관리법이다.

"과거에는 꾸준히 운동하려고 노력했는데 요즘 시간이 나질 않아 실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요. 다만 제때 삼시세끼를 챙겨먹고 음식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습니다. 탄수화물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멀리하고 지나친 음주, 흡연같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 김동익 교수 프로필

△학력 : 1984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1988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1995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박사 △주요경력 : 1994 ~ 현재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전문의·1997 ~ 현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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