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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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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빅블러 시대와 시사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3 13:29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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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경영전문대학원장)

빅블러 시대가 왔다. 특히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 혁명이 발생되어 ‘빅블러’ (Big Blur)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블러 란 ‘흐릿한 형체’ 를 말한다. ‘빅 블러’ 란 산업간,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정의와 경계가 빠른 속도로 흐릿해 지면서 변화와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현상을 말하는 경제, 경영 신조어이다. 우리가 지난 50년간 알았던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빅블러 시대의 소비자는 소위 ‘프로슈머’ (prosumer) 로 진화했다. 생산자가 소비자이고, 소비자가 생산자인 시대가 왔다. 우버 택시의 기사는 스마트 폰에 깔린 앱을 바꾸는 순간 서비스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변신한다. 어떤 직장인은 퇴근하는 순간 오토바이를 타면서부터 쿠팡 잇츠 배달원으로 변신한다. 과거 시대의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기업이고, 정부와 공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적 기관이었다. 그러나 빅블러 시대의 기업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옹호하는 비영리 단체와 유사한 미션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공기업은 실시간 시민의 감시를 받고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 조직으로 변화했다.

과거의 파이프라인 이코노미에서는 원자재 생산부터 부가가치 사슬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정거장 한군데 빨대를 꽂고 있으면 장시간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빅블러 시대의 경제는 플랫폼 경제로 진화하면서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서 롱테일이 지배하는 생태계로 변화했다.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업과 비영리 조직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주요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장 극심한 빅블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유통과 금융 산업의 최근 변화를 조망해 보자.

첫째, 현재 세계 주요국에서 유통혁명이 진행중이다. 2015년 이후 불과 5년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3년간 매년 1만개정도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니먼 마커스, 제이씨 페니, 시어스와 같은 100년 기업들이 무너졌다. 영국에서도 11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백화점 데버냄이 부도처리 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소매경계가 무너지면서 우리도 전체 소비의 30%를 이커머스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 결과는 소위 ‘아마존 효과’ 로 불리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소매업을 하면서 소매기업의 정체성 자체가 변하고 있다. 소매업은 이제 상품 판매업이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업이며 IT 산업이다.

둘째,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진출하여 빅블러가 가속화 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2019년 금융시장에 진입하여 전통 오프라인 소매은행들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모든 소비자들이 모바일 뱅킹만 한다면 전통 금융기관들은 금융상품 납품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디지털 화폐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리브라라는 디지털 화폐를 론칭했다. ‘비트코인인가 리브라인가?’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머니가 성장하면서 금융 기관과 빅테크 기업의 경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매와 금융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생태계로 경제의 축이 움직이면서 모든 것의 정의와 경계가 흔들리는 세상이 되고 있다. 빅블러의 시대는 빅테크의 시대이며 기술이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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