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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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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길막’에 대기 화물만 13조원...우회로는 비용·해적 문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7 22:01




Egypt Suez Canal

▲수에즈 운하가 컨테이너선으로 가로막혀 있다.(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 해상무역 요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이집트 운하·통상서비스업체 ‘리스 에어전시’ 등에 따르면 운하 양 끝에서 통행이 재개되길 기다리는 선박은 26일(현지시간) 237대로 전날 156대보다 81대 늘었다.

WSJ은 운하 안팎에서 대기하는 선박들에 실린 화물 규모가 총 120억 달러(약 13조 5780억 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의 핵심 통로다. 세계 무역물동량 13%와 해상으로 운송되는 원유 10%가 이 운하를 지난다.

중요 무역로의 갑작스러운 ‘폐쇄’로 각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해상·항공운임이 크게 뛴 상황에서 벌어졌다. 선사들이 작년 상반기 코로나19 대유행에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선박공급을 줄이고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기 운항도 매우 감소해 해상·항공운임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역로가 막히자 운임인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WSJ은 길이 40피트(12m) 컨테이너 하나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보내는 운임이 최근 3개월간 10배가량 뛰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대니얼 할리드 부대표는 유럽 자동차·자동차부품업체와 제조업체들이 가장 타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에 부속품 재고를 두지 않고 공정에 맞춰 공급받는 ‘적시생산방식’(JIT)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드 부대표는 "48시간 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공급망에 추가적인 지연과 항만에서 정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이집트를 중동·아프리카 판매제품 생산기지로 삼은 아시아 소비가전업체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하면서 LG전자를 예로 들었다. LG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파는 TV를 이집트에서 조립한다.

LG전자 측은 현재는 인근 시장에 재고가 충분하지만 수에즈 운하 사태가 지속하면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수출기업들에겐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항로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비용 문제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영국에 전기자전거용 리튬배터리를 수출하는 일본업체 ‘엔비전 AESC’ 관계자는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운송하면 기간이 수주는 더 걸릴 것"이라면서 "운송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비용도 당연히 더 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희망봉을 도는 항로는 해적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리카 북동부 해역에서 오랜 기간 해적이 활동해왔으며 서아프리카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운송로’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다행히 수에즈 운하 폐쇄의 피해를 피해 가는 업종도 있다.

습도에 민감해 물동량 98%가 항공운송 되는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북해와 미국, 아프리카에서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로 원유 수출도 원래 희망봉을 도는 경로로 대부분 운송된 터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는 내다봤다.

S&P 글로벌 플래츠는 지중해에서 한국으로 저유황 경질유를 운송하는 배 1~2척이 일주일가량 지연될 수 있지만, 아시아 수입업체들이 비용 등의 이유로 해당 유종 수입을 꺼려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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