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서울과 부산에서 지난 7일 치뤄진 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집권세력의 오만과 위선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다른 한편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선거결과가 이해가 된다.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무려 72.5%가 국민의 힘을 지지했다. 반대로 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497세대)의 51.3%가 민주당에 표를 주어, 40대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국민의 힘을 앞섰다. 두 번째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세대는 50대 남자로서 45.1%가 지지했다. 이처럼 40~50대 남자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20대 남자는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0대 화이트칼라는 2030세대에 비해 주택소유비율도 높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그룹이다. 이 정부 들어 집값이 엄청 올라 자산을 크게 늘렸다. 축복받은 그룹이다.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덜하다. 50대는 1980년대 학번으로서 1980년~9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의 정서에 영향을 받은 세대다.
이제 20대의 입장에서 보자. 우선 일자리가 사라졌다. 청년실업률이 사상최고다. 2021년 2월 확장실업자 467만 5000명 중 15~29세 청년층은 130만7000명으로 28.0%를 차지했다. 확장실업자 10명 중 3명 가량은 청년이라는 의미다.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최저시급을 올린 결과 알바 자리가 다 날아갔고 수많은 키오스크가 일자리를 대체했다. 대기업 정규직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여당은 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갔고 기업규제 3법 등 다양한 악법으로 기업들을 가두었지만 기득권 노조만 배불리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몽땅 날렸다. 공공기관조차도 청년들을 뽑을 수 없었다. 2017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3년 반 동안 공공기관 비정규직 10만70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는다더니 근로자 임금으로 서울 25평 아파트 구입에 36년이나 걸리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18년에서 26년으로 늘여놨고, 이명박 정부는 20년으로 줄여놨다. 박근혜 정부는 1년을 늘여 21년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21년을 무려 36년으로 늘여놓았다. 대졸 군필 남자 직장인이 정년 때까지 일하는 기간이 보통 30년이 안 된다. 한 푼 안 쓰고도 36년이 걸린다니 청년이 서울에 집 갖기는 이생에서는 틀렸다.
이명박 정부 5년간 180조, 박근혜 정부 4년간 170조 증가했던 국가 부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410조 늘어 곧 1000조를 넘기고, 2024년에는 1300조가 된다고 한다. 미래 세대는 빚더미에 깔린 세대로 남게 생겼다. 결국 집, 부동산, 경제적 박탈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경제적 문제가 청년들의 분노를 샀다고 본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보수ㆍ진보 따위에 관심 없다. 물론 보수가 잘한 것도 없고, 국민의 힘에 관심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암함 생존자 전우회는 "국민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십시오.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라고 울부짖었다. 이런 나라에서 20대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 수많은 젠더관련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남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했다. 20대는 버려진 세대인가. 그러면서도 여당 인사들은 20대가 이명박ㆍ박근혜정부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 때문에 20대 남성들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다는 취지의 엉뚱한 발언으로 분노를 키웠다.
선거 후 여당은 부동산 등 주요 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청와대도 코로나 극복,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래서는 희망이 모조리 사라진 20대 청년의 마음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