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며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없을 경우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윤민영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1986년부터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를 돌며 마을버스를 운행했던 화계운수는 처음으로 금융권에 2억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승객수가 감소하며 살림이 급격히 어려워졌기 때문. 그런데 대출마저 막히고 말았다. 화계운수는 정부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민영업체인데다 자본금이 잠식된 불량기업으로 분류된 탓이다. 당황한 화계운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재정상 문제가 없던 업체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2018∼2019년 재무제표를 제출했지만 은행의 대출 산정 기준은 적자가 발생한 2020년 상황이었다.
# 종로구 광화문∼삼청동 일대를 운행하는 삼청교통도 지난해 9800만원의 적자가 났다. 올해 적자 규모는 지난 3월까지 추이를 봤을 때 1억5000만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기업이라 제1금융권 대출이 힘든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을 감당하기 두려운 나머지 자산 처분 등으로 적자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접종 지연과 확산세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적자 운영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소재 마을버스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에 직면하자, 급기야 오는 6월 1일 운행 중단을 예고하고 나섰다. 21일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해 승객 수가 평균 27% 줄어들며 수입금도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2019년 시 마을버스 연간 승객 수는 4억2600만명, 수입금은 206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 승객 수는 3억1200만명, 수입금은 196억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업계는 금융권 대출 등으로 운영손실을 해결하고 있지만 시의 추가 지원이나 요금 인상 없이는 길게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업계에 대한 서울시 재정 지원이 적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회복 불확실성으로 상환능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김영환 나경운수 대표는 "1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았고 2금융권도 받았으며 이제는 이자가 높은 캐피탈이나 사채까지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버스정책실에 체불금을 달라고 해봤지만 별다른 해명 없이 안된다는 답변만 받았는데 이것이 과연 서울시의 행정이냐"고 개탄했다.
마을버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39개 마을버스 체불임금은 16억원(600명)에 달한다. 이로 인한 대출금은 311억원 수준. 이 때문에 2019년 말 대비 기사가 70명이 감원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시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을버스 업계는 시를 상대로 지난해 추경예산 19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실제 지원금이 110억원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추경 예산이 110억원 턱없이 모자라다는 입장인데 그 근거로 재정 지원금 산정 기준이 되는 운송원가가 깎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0억원의 추경을 하는 대신 지원금 산정 기준이 되는 버스 1대당 1일 운송원가를 45만7040원(지난해 3∼6월 기준)에서 41만1336만원으로 약 10% 감액했다. 시가 지난해 추경예산 110억원을 늘린 350억원을 지원했으므로 보조금은 언뜻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원대상 업체가 우후죽순 늘면서 지원 금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이 줄어든 결과로 이어졌다. 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운송원가에 못 미치는 수입금 발생 업체를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해왔는데 지난해는 139개 업체 1590대 버스 모두 매출이 감소하면서 재정 지원 대상 업체는 120개가 됐다.
김문현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차량 1대 당 기사가 2.4명 정도 배정이 되는데 현재 시가 지원하는 1일 지원금은 24만원 수준이라 인건비도 안된다"며 "근무일수를 감축하며 버티고 있는데 47만원 상당의 일일 운송원가를 감당하려면 지금보다 2배 지원금이 있거나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시는 나머지를 구청에서 받으라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지난해 추경예산도 늘렸고 코로나 방역 소독비 108억원(올해 상반기 53억원)을 지원했다며 모든 손실을 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업계는 마을버스 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손실을 보전할 수는 없다"며 "25개 구청과 협의해서 업체당 1000만원 씩이라도 지원하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마을버스 요금은 성인의 경우 900원으로 2015년부터 6년째 동결 상태다. 청소년(480원)·어린이(300원) 요금은 14년 째 그대로다. 경기도는 2019년 11월 1150원에서 1350원으로 올랐고 세종·충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근로자 처우개선을 이유로 지난해 7월 1050원이던 요금을 1300원으로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