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1’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은 28일 에너지경제신문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1’에 참석, ‘탄소중립 에너지산업의 전환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박 호정교수가 말한 탄소중립(Net-Zero)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과 습지 등에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또한 다음달 중 녹색성장위원회·국가기후환경회의·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가 합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을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녹색성장전략’을 수립했다. 일본 정부는 "온난화 대응은 경제성장의 제약 및 비용 상승 원인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2060년을 탄소중립 기점으로 삼았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정책 시행에 앞장서고 있다.
박 교수는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선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14년 무렵 탄소중립이란 개념이 처음 나오면서, 지구에 ‘기후 이탈’이 2042년에 도달한다는 연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기후 이탈’은 기후가 정상 범위 내의 변화치를 벗어나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지는 현상이다. 겨울철 이상 고온과 최장 기간 장마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 교수는 기후 이탈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정책은 ‘지속가능’해야 하고, ‘경제성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정부에서 발표된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살펴보던 중에 중복되는 단어를 찾아봤다"며 "경제성장이라는 단어는 2건, 자본 0건, 그에 반해 감축은 89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한 탄소 감축이 아닌,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에 있어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탄소 배출을 시행하면서 경제성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가 도전 과제라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여러 경제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제로증가율’에 도달할 때가 위험하다"며 "경제성장률, 자본성장률, 소비증가율이 ‘0’이 되는 상태는 저성장에서 고착화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탄소 배출량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971년 1.58t에서 2008년 10.31t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17년 기준 GDP 대비 탄소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GDP 대비 탄소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박 교수는 이날 "탄소 배출량은 ‘자본스톡’과 비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자본스톡’ 이란 한 나라가 가진 자본의 양을 지표화한 것으로 국부수준을 측정하거나 경제성장 요인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점에 축적되는 자본스톡의 규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스톡은 거시경제의 단기균형분석과 장기적인 경제변동분석에 기본적인 변수로 취급된다. 자본의 축적과정 등 자본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스톡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같이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표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은 제3의 성장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며 ‘성장자본’의 확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제3의 성장자본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둬야 한다"며 "노르웨이는 전력 생산의 100% 이상이 수력 발전, 사우디는 오일 머니를 지식 자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도 제3의 자원 확보 경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탄소국경조정세를 말했다. 박 교수는 "탄소국경세는 국경에서 관세 형식으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문제는 쌍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각국마다 탄소비용에 대한 부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전 산업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기준이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ESG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그래야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탄소국경조정세 협상 과정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yr2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