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
국내 기업이 미국 진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제품 구매)’ 전략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올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을 미국으로 옮겨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기후변화에 맞춰 친환경 사업과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의 핵심은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미국 내 제조)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도 지금보다 훨씬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오는 2025년 240만대에 이어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된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크게 늘어난 만큼 전기차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실적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에 투자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전망에 따라 미국 내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고 수소와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총 8조1417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추진한다. 현대차가 내년 안에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 등이 후보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시장 상황과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검토해 생산설비 확충 등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미국 수소충전 전문기업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대형 물류기업과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국내 배터리 분야의 미국 진출도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설립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공장과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은 지난 2019년 착공을 시작한 뒤 최근 완공돼 샘플을 생산하고 있다. 2공장은 기초공사가 한창이며 내년 준공을 거쳐 오는 2023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조지아주 1·2공장 건설에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지아주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기업 투자금액이다. 또 오는 2025년까지 1·2공장과 비슷한 3·4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5조6000억원 정도의 투자금이 더 투입될 예정으로 알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2년부터 미시간주에 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1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내년 완공을 목표료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1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달에는 테네시주 스프링힐 지역에 같은 규모의 2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3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투자 규모는 2조7000억원이다. 두 개의 합작공장은 오는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한 번의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나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합작투자와 별도로 오는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밝힌 투자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미국 내 LG에너지솔루션의 총 생산능력은 145GWh가 된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나날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 영향에 따라 전체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지만 전기차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오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최소 1012만대에서 최대 1963만대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기부양 대책 일환으로 그린뉴딜 기조를 강조하며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커질 전망에 따라 이들 기업의 판매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는 1986년 진출 이후 최대 규모인 15만994대의 차량을 팔았다. 앞서 지난 3월부터 두 달 연속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진나 2018년 7.3%에서 2019년 7.7%, 2020년 8.4%, 2021년 1분기 8.8%로 꾸준히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은 판매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액 526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888억원) 보다 약 80%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2541억원과 영업이익 3412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 확대와 지속적인 수율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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