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0일 수위가 9.5m를 초과하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경기도 연천군 비룡대교. 이 대교 수위가 상승 중인 임진강물이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연합뉴스 |
현행 홍수대응시스템이 기후변화를 대변하지 못해 대응 과정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언이다.
19일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이 발간한 ‘2020년 홍수피해상황조사 보고서’(1차)에는 지난해 한강 권역의 홍수 피해 상황과 이에 대한 원인 분석, 시설 개선을 위한 제언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정부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2017년부터 매년 홍수피해 상황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1차로 조사한 한강 권역의 홍수 피해 상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현재 2차로 한강 권역을 제외한 낙동강·금강·섬진강·영산강 권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홍수피해는 일부 지역에서 중소하천 위주로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전국적인 양상을 띠었으며, 합천댐(황강)·용담댐(금강)·섬진강댐(섬진강)의 하류 지역 국가하천 구간에서도 대규모로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국가하천 29개, 지방하천 938개에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한강권역의 피해 규모는 국가하천 10개, 지방하천 261개로 집계됐다.
침수 원인은 저지대, 내수(제방의 안쪽) 배제시설 용량 부족, 설계 강우 초과 등에 의한 내수 침수가 전체의 64.1%를 차지했다. 하천 범람 및 내수 침수의 복합 피해는 23.6% 정도였다.
한강권역에서는 국가하천보다는 지방하천에서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확인했는데 그 원인을 보면 설계 수문량 초과에 따른 하천 범람과 빠른 유속 등이 발생하면서 결국 하천 시설물의 유실 및 침수피해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하천 홍수피해의 발생 원인은 크게 과도한 유속, 월류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과도한 유속으로 인한 피해가 약 9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부 하천은 계획빈도를 초과하는 강수량 및 홍수위가 발생해 하천 범람 등이 나타났다.
한강권역에 위치한 수위관측소의 홍수위를 분석한 결과 청미천의 여주시(원부교), 한탄강의 철원군(삼합교), 임진강의 파주시(비룡대교) 등은 기왕최고수위(2000년 이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탄강의 연천군(사랑교)은 역대 2위, 안성천의 평택시(군문교)는 역대 3위, 한강 하류부 서울시(한강대교)는 역대 6위를 각각 기록해 지난해 강우 및 홍수 규모가 그만큼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요 수위관측소의 홍수위 발생빈도 분석 결과를 보면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위치한 수위관측소에서 150년 이상의 홍수위 빈도를 보여 계획홍수위를 초과했다.
남한강 지류인 청미천, 복하천 등도 50∼80년 규모의 홍수위를 보였고, 서울시(한강대교)는 50년 빈도에 해당하는 홍수위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강우 및 홍수 상황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의한 강수량 증가를 고려해 제방 등의 홍수소통능력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과거의 호우·태풍 양상을 기반으로 구축된 지금의 홍수대응시스템은 최근 기후변화를 대변하지 못해 대응 과정에 한계가 있다"며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홍수대응을 위해서는 최근의 강우 패턴과 함께 기후변화를 고려해 댐, 하천, 저수지, 배수장 등 홍수방어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강우량이 많아서 중·소규모 하천에 피해가 집중됐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며 "한강 권역의 경우 이전 조사들과 차이가 크지 않으나, 낙동강·금강·섬진강·영산강 권역의 경우 국가 하천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해 분석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