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천화력발전소 전경, |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내놓은 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연일 석탄발전 전면 폐쇄 필요성을 제기하며 탄소중립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경우 경제적 합리성이 없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규 석탄발전사업들을 취소하거나 이 사업들에 진정한 시장가치 이상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의미 없는 사업에 자금이 더 투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석탄발전업계는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시작한 사업을 정권과 정책이 바뀌었다고 한 순간에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법적문제와 보상 등 경제적 문제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오염원인의 책임을 물어 퇴출시키는 것은 명분도 부족하며 특정재산을 공공의 필요에 의해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신규석탄발전소는 강원 삼척(삼척화력)·강릉(강릉안인화력), 경남 고성(고성하이화력), 충남 서천(신서천화력) 등 4곳에서 총 7기가 최근 준공 가동 중이거나 준공 예정 또는 건설 중이다.
환경단체 "경제성 없고 온실가스 배출량 많아 빠른 퇴출이 답"
기후솔루션·충남대 연구팀은 최근 탈석탄을 전제로 ‘신규석탄발전소의 사업성 평가 분석’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5년까지 탈석탄을 하는 경우 SMP(계통한계가격·전력시장도매가격)가 80~100원 어느 가격에 형성되더라도 모든 신규 석탄발전소는 음(-)의 가치 기록할 것"이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따랐을 때,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와 고성그린파워는 SMP가 90원 이상이어야 순현재가치가 양(+)의 값으로, 강릉에코파워는 SMP가 100원 이상이어야 순현재가치가 양의 값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9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을 따른 전력시장 운영 시나리오에서도 SMP가 지금처럼 80원을 유지해도 공정률이 낮은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의 순현재가치는 음(-)의 값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 측은 "자체 분석한 연구 자료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만을 대상으로 완공시까지 들어가는 비용, 도매가격, 발전시장의 변화, 경제 변화 등을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예측치이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신규발전소를 완공했을 때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정부가 그린뉴딜을 통해 감축하고자 했던 온실가스의 양과 똑같다"며 거듭 퇴출을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NG 발전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동시 추진 과정에서 ‘가교(架橋) 전원’으로 꼽혔다. 기후솔루션은 "천연가스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석탄발전소의 78%로 결코 낮은 게 아니다"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선 LNG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명 | 발전규모(MW) | 위치 | 사업비(원) | 준공 예정 (6월 기준 공정률) | 사업참여자 |
삼척화력 1,2호기 | 2100(1050*2) |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 총 4조9000억 | 2024년 4월 (46%) | 포스코에너지( 삼척블루파워),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
고성하이화력 1,2호기 | 2080(1040*2) |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 총 5조1960억 | 2021년 10월 (98%) | 고성그린파워, SK건설, SK가스, 남동발전 |
강릉안인화력 1,2호기 | 2080(1040*2) | 강원도 강릉시 안인리 | 총 5조6000억 | 2023년 3월 (78%) | 강릉에코파워, 삼성물산 |
신서천화력 | 1000 | 충남 서천군 서면 | 총 1조6000억 | 2021년 6월 (100%) | 한국중부발전 |
석탄발전사 "환경설비·발전효율 등 뛰어나고 전력 안정공급 기여도"
석탄발전업계는 환경단체들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신규 석탄발전의 경우 사업성에서도 개별 발전소 차원에서는 노후 석탄발전 등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나 환경설비 및 발전효율 등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반박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이미 대부분 준공해 가동 중이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가 좌초할 경우 그 손실은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신규 석탄발전 관련 정부 정책은 환경문제와 함께 전력수급, 국가 부담 등을 종합 고려해 추진할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석탄발전 7기 중 지난 5월 14일과 6월 30일 각각 준공과 함께 상업가동에 들어간 고성하이화력 1호기(1.04GW), 신서천화력(1.00GW)은 올해 여름 전력수급 불안해소에 한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력대란 우려 속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과 노후석탄화력은 물론 신규석탄화력까지 서둘러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중립 만을 외치며 신규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기엔 명분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탄소중립으로 가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LNG 발전과 함께 ‘가교 전원’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 발전은 최근 차질을 빚는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신설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전단가를 보더라도 석탄발전과 비교할 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신규 석탄발전소의 경우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노후 석탄발전에 비해 훨씬 낮고 LNG 발전에 비해서도 결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후 석탄발전을 폐지할 경우 신규 석탄발전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대체 전원으로서 유용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LNG 발전도 연료를 연소시켜 얻어낸 에너지로 회전기(터빈)를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얻어내는 ‘화력’ 발전의 일종이다. 다만 연료가 석탄인지, 가스인지의 차이다. 미국환경청(EPA)에 따르면 LNG도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과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발전소 노후도에 따라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기도 한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건설중단·조기폐쇄 배상액 규모는약 18조원, 정부에도 큰 부담"
그럼에도 신규 석탄발전을 퇴출한다면 정부 정책을 손바닥 뒤 짚듯이 바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9월 순환정전 사태가 일어나자 전력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석탄발전소 건설을 확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민간업계가 참여케 했다. 탈석탄을 한창 추진 중인 지난해 말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전력 공급 설비로 신규 석탄발전소 7곳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정부가 민간기업들의 건설을 적극 독려한 셈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 회장)는 "탄소중립은 석탄발전소 몇 개 닫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하게 좌초자산을 만들면 안 된다"며 "어떻게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과 재원이 남게 된다. 정부가 하는 방식대로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고 그러면 이 발전소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정부가 지면 다 배상해줘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당초 비용기반시장(CBP·Cost Based Pool))에서 건설비용과 적정 운영수익을 보장해주는 총괄원가보상의 원칙에 따라 신규 석탄발전소를 도입했다. CBP는 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발전기에 대한 가격을 입찰 방식이 아니라 비용평가위원회에서 발전비용을 심사하고 평가해 사전에 정해 운영하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를 근거로 민간사업자들이 석탄발전소에 투자했는데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유재산을 침해했다면 헌법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면서 "배상액 규모는 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배상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 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라며 "배상부터 해주면 무슨 돈으로 기후변화를 막겠느냐는 거다. 기후변화 대응을 엄청난 비용이 드는 방식으로 하자는 걸 반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과 똑같은 양의 석탄을 태워도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져 배출량이 점점 줄고 있다"며 "옛날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첨단 신규 석탄발전소를 폐쇄부터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장 올해 여름에도 전기가 모자라서 폐쇄한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했다"며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설치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정도만 가지고는 이들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측도 "(신규 석탄발전 건설 및 가동과 관련) 각 민간발전사와 대형 건설사들은 국가에서 하라고 보증을 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얘기가 달라졌지만 전전 정권(이명박 정부)의 결정인데다 기업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수천 억원의 매몰비용을 감당하기 싫은 게 맞다. 정부가 보상 로드맵을 빨리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뒤엎을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대안"이라며 "재생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이나 LNG처럼 대규모의 금융이 한꺼번에 필요하지 않아 좌초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미래사회에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