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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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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허점투성이'…시장 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8 14:19

중개업소 입력 오류에 집값 왜곡

계약서로 등록후 계약취소 통한

'실거래가 띄우기'에도 속수무책

아파트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택 거래 신고 실수로 해프닝이 일자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제도의 허점으로 시장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실거래 신고 실수가 다반사로 해프닝을 빚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3.3㎡당 역대 최고 전셋값으로 등록됐던 아파트가 잘못 신고된 가격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31.402㎡는 지난달 5일 보증금 12억6000만원(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됐었다. 3.3㎡당 환산한 전셋값은 1억3264만원이었다. 이는 3.3㎡당 1억671만원이었던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 청담’을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관련 보도가 이어진 이후 신고자의 단순 실수로 밝혀졌다. 구청에 따르면 114.463㎡가 이 가격에 거래됐는데, 31.402㎡가 거래된 것으로 잘못 등록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 전용면적 138.51㎡가 2년 만에 15억원 오른 44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주택도 신고자의 단순 실수로 거래가 해제됐다. 7월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단지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97㎡가 40억원에 실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 달 만에 취소됐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의 전산 입력 실수로 밝혀졌다.

주택 실거래 신고 실수가 잇따르면서 시장에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 실거래가 신고 과정에 허점이 있어 시장 혼란만 초래할 수 있어서다.

주택 거래 계약을 맺으면 1개월 이내에 이를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 계약이 취소됐을 때도 그로부터 1개월 이내에 다시 신고하게 돼 있다. 신고된 거래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개한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거래계약서만으로 실거래 등록이 가능하고, 이를 취소하더라도 책임을 묻거나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

앞서 올해 초 국토부는 주택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개선했었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주택 매매 계약이 등록됐다 취소되는 경우 단순히 삭제하지 않고 그 내역을 남기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신고된 계약이 해지됐다면 단순히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거래가 해지된 사실을 표시하고 해제 사유 발생일을 공개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택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개선안에서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실거래가격이 공개시스템에 뜨면 제3자가 봤을땐 이미 해당 가격을 신뢰하게 되기 때문에 시장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7월 국토부가 발표한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를 보면 71만여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한 내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거래 2420건을 적발했다.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따라 잔금지급일 이후 60일 이내 등기 신청을 해야 한다. 이 중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거래 821건을 조사,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자전거래 허위신고로 의심되는 사례는 12건이다.

자전거래는 공인중개사가 가족 간 또는 내부거래를 통해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 실거래가로 등록한 뒤 계약을 파기해 중개대상물 시세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신고한 실거래가가 공개시스템에 계속 올라있는 허점을 악용해 교묘히 이뤄졌다.

여기서 실거래가를 높게 신고한 뒤 계약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호가를 조작하는 ‘실거래가 띄우기’ 행태로 시장질서를 왜곡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이 중 3만7965건(4.4%)은 취소된 거래로 확인됐다. 취소된 거래 가운데 31.9%인 1만1932건은 당시 최고가 거래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사안으로만 부동산시장이 투기세력 등에 의해 교란되고 있는 근거로 확대 해석하기는 충분치 못한 감은 있다"며 "다만 실수요자들에게 보다 충분한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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