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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기요금 인상, 탈원전 영향 아니다?…"비용 싼 발전기 이용 선택 기회 축소 고려하면 틀린 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08 18:07

문 정부 들어 원전이용률 높아진 점에 비춰보면 맞는 말



저렴한 발전원 먼저 이용하도록 한 에너지믹스 원칙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점에 비춰보면 틀린 말



올해 화석연료 비용 급증으로 원전 의존도 높아질 수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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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업계에서는 저렴한 원전 이용 기회가 축소된 것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맞서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의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냐는 질문에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게 아닌 만큼 4분기 전기료 인상이 탈원전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원전 이용률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까지는 맞았고 올해는 틀렸다" 

 


문 장관의 답변은 원전 이용률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까지는 맞았고, 올해는 틀렸다. 원전 이용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을 본격화한 2018년 한 해 낮아졌다가 이듬해부터 줄곧 높아져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1.2%로 출발,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이 본격화한 2018년 65.9%로 저점을 기록한 뒤 2019년 70.6%, 지난해 75.3%, 올해 1분기 77.6%를 기록하는 등 줄곧 상승세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73.45%로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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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원자력발전 이용률 추이(단위 ; %) *2021년은 상반기 기준.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전력시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 저비용 원칙에 따른 에너지 믹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가 작성하는 ‘2021년 6월 전력시장/신시장 운영실적’ 보고서에는 "전력수요 증가(4.3%) 및 원자력 입찰량 감소(-19.5%)로 인해 전력시장 가격이 17.2% 상승했다"고 명시돼 있다.

SMP는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의 전력 생산 비용 등을 고려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력거래가격이다. 한전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만큼 이 가격이 높아지면 전력 소비자 전기사용료인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던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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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2021년 6월 전력시장/신시장 운영실적’]

비용이 저렴한 발전원을 먼저 이용하도록 한 그간 에너지믹스의 기본 원칙이 최근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점에 비춰보면 "탈원전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된다. 특히 올해부터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고 올해 연료비가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철저히 연료비에 기반, 발전기를 돌릴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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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전기료 올랐다면 원전 의존도, 앞으로 더 높아질 것" 

 


문 장관의 주장대로 연료비 인상으로 전기요금이 올랐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는 원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 속에 화석연료 가격 상승과 전력수요 급증으로 올 겨울 유럽 중심의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탄소중립 추진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은 공급능력으로 인해 퇴출 중이던 기존 화석연료를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경제전반과 국민들의 생활에 큰 타격이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거나 연료비가 많이 오르면 연료비가 싼 원전 이용률이 높아 80%를 넘은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아직은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발전기 축소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며 오는 2024년부터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발전기 축소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LNG가 SMP를 결정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30.2% 급증했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5월)에 따르면 지난해 5월 SMP는 70.91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79.10원으로 올랐다. 5월 기준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64.76원, LNG가 102.71원을 기록했다.

이미 9월 들어 SMP는 100원/kWh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SMP가 오르면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 공기업의 수익은 증가하지만 이를 사들여 소매로 판매하는 한전 수익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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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시장가격 결정 발전기 예시. 전력거래소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SMP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전의 구매가격이 높아져 수익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MP 변화에 따른 한전 영업이익 민감도는 1원/kWh 상승에 연간 2300억 원 감소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난 2019년,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역대 최악인 1조35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탈원전으로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원전 가동률을 65.9%(2018년)까지 떨어뜨렸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원전 가동률을 75.3%까지 끌어올려 손실을 만회했다. 당시 한전은 "전기요금은 유가와 연동이 돼 있다. 소위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 변동이 있었던 건 현재까지 사실들과 다른 얘기"라고 밝혔다.

한전은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2020년~2021년에는 연료비 하락으로 흑자 전환 및 이익 증가, 2022년 이후에는 연료비 상승,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용, 환경비용 등 증가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전은 영업이익 전망에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조6563억원, 1343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실제 2020년 한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원전 가동률 증가로 전력구매비용이 낮아져 2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2023년과 2024년은 1조 4589억원, 2조 5853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2022년부터 연료비가 오를 것이란 한전의 예상과는 달리 올해부터 국제유가가 올라 경영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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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욕상업거래소]

이처럼 원전 가동률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다"는 약속을 어긴데 이어 "탈원전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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