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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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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온실가스 감축, '정치 쇼' 변질돼선 안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5 09:39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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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최근 넷플릭스 신작인 ‘돈룩업(Don’t Look Up)’은 혜성충돌의 재난을 소재로 한 SF 블랙 코미디물이다.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는 백악관에까지 가서 대통령(메릴 스트립)에게 경고를 하지만, 정치공학에 매몰되어 있는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에게 이용만 당한다. 그 와중에 혜성의 희토류를 탐내는 기업인이 가세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혜성충돌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도 놓치면서 지구는 멸망한다.

영화의 묘미는 천문학자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심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지구종말을 경고하는 카산드라 역할을 맡지만 정치술수에 노회한 메릴 스트립이 백악관 수석과학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디카프리오의 삶은 일탈을 맞게 된다. 지방에서 천문학자로서 조용하고 평범한 학자의 삶을 살던 그가 어느새 워싱턴DC의 중앙무대에 나서게 된 것이다. 혜성궤도 계산보다는 자신의 인생궤도 계산에 더 밝게 되고, 동료 연구자들보다는 정치계 인사들에게 둘러싸이게 되고, 급기야 인생의 조강지처를 저버리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번개와 같은 각성에 디카프리오는 이 모든 것이 거짓 인생임을 깨닫고 다시 과학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를 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혜성충돌과 유사한 지구적 규모의 기후변화 위기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로 이해하면 될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작에 1000억원이 투입된 대작에 어울리지 않는 단선적인 해석이다.

그보다는 혜성충돌이든 기후위기이든, 과학기반으로 다져져야 하는 정책에 정치공학이 들어가면 그 실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혜성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거나 인정할 때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정치적 인기를 의식한 행위에 불과했다. 지구운명을 걸고 도박을 벌인 혜성 개발 계획은 정치권력과 부를 향한 탐닉이 더해진 결과였다. 문명의 종말을 초래하는 혜성충돌도 정치적 쇼로 둔갑해버리는 행위의 대가로 지구인은 생명을 댓가로 지불해야 했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정치흥행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그 피해는 미래세대가 지게 된다. 오늘날 어느 나라든 에너지와 환경 이슈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돈룩업의 메릴 스트립처럼 정치적 인기를 추구하는 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탄소중립 정책의 철학에는 결국 미래 한국을 기후변화에 강건한 형태로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야 한다. 기후위기만 강조하면서 정작 그 위기를 막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말하지 않으니, 이러한 정책은 결국 기후위기 이전에 경제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 때문에 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뿐이지, 정작 기후적응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탄소중립 정책 역시 모순적이다.

우리에게도 돈룩업의 천문학자와 같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이나 2030 NDC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고 간에 국내외에서 정치적 흥행몰이인 구호에 빠져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지금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인구절벽 위기, 연금위기, 국가부채위기의 ‘퍼펙트 스톰’ 영역으로 향하고 있다. 촘촘하게 서로 엮여 있는 이들 문제를 총체적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 과학적 접근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약간 사족을 달자면 영화 돈룩업은 비록 결말은 다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8년 브라이언 마르스덴이라는 천문학자는 1997XF11이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불과 4만8000 킬로미터 이내에 접근하여 지구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뉴욕타임스에 기사가 실린 후 다음 날 마르스덴은 자신의 궤도계산이 틀렸고 약 100만 킬로미터 바깥이라서 지구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견해를 수정하였다. 마르스덴은 과학자로서 오명을 남기게 되었지만 이 해프닝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 NASA는 매년 약 1억5000만 달러를 소행성 탐사에 쓰고 있다. 영화의 결말은 지구 종말이었지만 현실 세계의 우리에게는 종말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권력과 부에 잠시 도취한 디카프리오는 뒤늦게라도 참 자아를 깨달았지만 그 직후 가족과 친구와 함께 혜성충돌로 소멸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실의 우리에게는 다중위기의 퍼펙트 스톰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주어져 있다. 혜성궤도가 아닌 온실가스 감축경로의 궤도를 한번 계산해보자. 달성가능한 목표와 비용을 계산해보자. 정치적 구호가 아닌 과학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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