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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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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내 범부처 '바이오 거버넌스' 신설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13 16:30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상임부회장 '윤당선인에 바란다' 인터뷰



'그레이 존' 많은 바이오산업, 규제·지원 아우를 범부처 조직 시급



"한국 바이오 아직 벤처 위주 태동기...'10년 주기' 산업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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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 사진=김철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일부 바이오기업의 부실·부정으로 바이오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불신하는 시선이 온존해 있고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도 걸림돌이다.

반면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에 인식이 높아졌고, 바이오산업은 반도체·IT에 이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산업이 돼야 한다는 사회와 산업계 인식이 공감대를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첨단바이오’를 반도체·이차전지·수소 등과 함께 ‘세계를 이끌 우리나라 10개 기술’로 선정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려 ‘바이오헬스 한류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긍정과 부정의 두 시선 속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600여개 바이오기업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상임부회장을 만나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제안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경기도 판교 협회 본관에서 대면취재로 이뤄졌다. <편집자 주>



Q.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오헬스 한류시대를 열고 백신·치료제 강국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A.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윤 당선인의 바이오헬스 육성 공약을 환영한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한 장단기 정책 로드맵을 수립해 아낌없는 제도적 지원을 펼쳐주길 바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바이오산업에서 제약바이오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에는 제약바이오(레드바이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혁신기술을 이용해 기능성이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치매치료약 등 약효유효물질을 추출하는 농수산업과 생명공학의 융합기술인 ‘그린바이오’, 바이오플라스틱 등 비식용 식물·미생물 등을 활용해 기존 화학제품·연료를 바이오 기반 제품·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술인 ‘화이트바이오’도 이미 선진국에서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는 첨단 바이오산업이다.

나아가 데이터산업 기반의 ‘융합바이오’ 영역도 성장하고 있다. 융합바이오는 바이오 기술에 데이터산업과 IT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원격 진료, 디지털 드러그(알약 속에 칩을 넣어 환자의 복용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은 연관 산업들과의 경계가 애매해져 ‘그레이 존(중첩 영역)’이 빠르게 늘고 있고, ‘바이오산업’이라는 개념 자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부 부처가 분절적인 사일로 형태로 바이오산업을 관장하기에는 점점 넓어지는 그레이 존을 다루기가 매우 어렵게 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에도 역부족이다.

그리고 많은 혁신기술들이 부처간 장벽을 넘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Q. 바이오 산업의 ‘그레이 존’을 관장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A. 지난 1994년 인터넷 등 IT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상공자원부(기기)·과학기술처(소프트웨어)·체신부(통신망)에서 관련 업무를 이관 받은 새로운 통합 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출범했다.

이후 정보통신부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명칭을 바꾸며 계속 역할과 위상을 키웠고, 지금의 ‘IT 강국’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우리나라 IT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온택트) 시대’에 더욱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나 ‘제2의 IT’ 또는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범부처 거버넌스’ 성격의 정부조직을 만들어 단기·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점점 커지고 중요해지는 ‘그레이 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이를 위해 단순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 형태보다는 인사권과 예산·집행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

‘부’든 ‘처’든 ‘청’이든 기존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관장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관련 업무를 이관 받아 새로운 정부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 융합바이오 산업을 관장할 하위 부서를 둔다면 여러 산업과 분야에 걸쳐 겹쳐져 있는 바이오산업을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체계적으로 육성·규제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 역시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정부조직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의 범부처 헬스케어 연구개발 사업단 ‘AMED’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선진 바이오기술을 추격만 할 것이 아니라 선도국가로 나서고자 한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그에 맞는 정부조직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조직은 기존 고정관념에 비춰보면 파격적일 수 있으나 항구적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초기 태동기로서, 반도체·IT 산업처럼 자생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어려움이 있다면 5년 또는 10년의 한시 조직으로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 현재 바이오산업은 향후 5년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Q. 바이오산업의 육성·발전도 중요하지만 바이오산업을 보는 정부와 국민 등 외부의 신뢰 회복도 필요해 보인다.

A. 바이오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가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의 부실·부정 사건으로 급격히 불신감이 커진 것도 맞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산업은 산업 자체가 아직 태동기 단계에 있고, 바이오산업은 10년 이상 거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비로소 수익을 창출하는 주기가 긴 산업이라는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제약바이오 상장기업에 적용하는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시행해 임상 진행이나 기술수출 상황 등을 보다 상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평가 데이터의 사실상 공개 의무화는 바이오업계의 CRO 비용 상승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이미 임상시험 개시 승인을 받은 후라는 점에서 ‘중복 검증’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

기술이전 거래상대 파트너사와의 세부정보를 추가 공시하도록 한 점도 선진국에서는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거래상대 파트너와의 협상을 불리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대다수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시를 확대하는데 찬성하고 있다. 다만 일반 제조업 실정에 맞춘 가이드라인이 아닌 바이오산업 특성에 맞는 공시 범위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포괄공시 가이드라인과 같은 규제정책 외에 바이오기업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A. 근본적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증권시장 외에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원활히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 벤처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투자회사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기업공개(IPO)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한번 상장이 폐지되면 재상장하기가 극히 어려운 제도를 갖고 있어 10년 이상 투자해야 수익창출이 가능한 바이오기업들은 상장폐지를 피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제도도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벤처기업이 상장하는데 큰 도움을 준 제도였지만, 상장 5년 내 매출 3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상장유지조건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연구개발이 아닌 당장 수익사업에 매달리게 할 수 있다. 산업 주기가 긴 바이오산업 특성을 감안한 제도 개선을 바란다.

아울러 바이오산업의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분위기 조성을 새 정부에 바란다.

20여년 전인 2000년대 초 ‘IT 벤처 붐’이 일었을 때에도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아우른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다.

지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20여년 전 IT 산업과 같은 태동기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목격했다.

정부가 몇몇 기업의 사고나 여론을 의식해 규제 중심으로 정책을 펴면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M&A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반도체·IT산업 수준의 세제혜택과 더불어 M&A 펀드 조성 등 바이오 산업을 키우겠다는 ‘시그널’만 주면 민간 M&A 시장은 저절로 활성화될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자 기회의 산업인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맞춰 포지티브 규제(법령에 허용되는 것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보다는 네거티브 규제(법령에 금지되는 것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에 기반한 성장위주의 제도개혁 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무도 코로나 팬데믹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앞으로 5년 후 바이오산업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5년 안에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그에 맞는 한발 빠른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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