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케이블 복구작업하는 관계자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10시50분. 월드컵대교 남단에서 나무의 뿌리를 캐내는 굴착공사 중 통신사의 광케이블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 유무선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복구에는 3시간 이상 소요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굴착공사로 인한 통신장애는 전국적으로 한달에 한 두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한 통신사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대형 통신장애 중 22건이 굴착공사로 인해 발생했다. 장애 1건당 평균 132건, 최대 500여 건의 고객 불만사례가 접수될 정도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통신업계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기에 앞서 관련 정보를 통신사에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이 같은 장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도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2년 가까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43조에 근거해 ‘도로점용 굴착·인허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추가로 근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정안에서 공개하도록 한 정보의 범위가 통신·전기·가스 등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도로점용 굴착 인허가시스템도 각 지자체별로 운용되고 있어 혼선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도로과나 건축과에서 관리하는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고시하고 있으나, 고시 주기와 고시 정보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다. 고시 주기가 길면 이미 굴착공사가 종료된 경우가 많아 장애 예방활동에 도움이 안 된다.
현재 통신 4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는 전국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지자체별 굴착공사 정보 제공 현황을 자체 조사하고 있다. 정보 공유를 통해 단선 피해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통신업계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기 전 관련 정보를 통신사에게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 장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간의 정보 공유를 통한 단선 피해를 막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며 "도로 굴착정보를 공개하는 통합 온라인시스템이 도로법으로 개정돼 실시간으로 굴착공사 정보를 공유한다면 지금보다도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로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사의 내용, 기간, 업체명, 업체 연락처, 업체 담당자가 연락처가 필수 정보이고 부가적으로 굴착공사 시점·종점, 굴착 폭·길이·깊이 등이 있으면 장애 위험도를 판단하기 용이하다"며 "특히 공사의 인허가 내용과 실제 진행하는 일정,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담당자와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 정보가 통신장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