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집권 국민의힘과 정부 등 당정이 15일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에 뜻을 모았다.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도 1분기 역대급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및 기존 할인 폐지 등 가용 수단 총동원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당정협의회’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물가 안정을 위해 그 부분을 억제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되므로 정부에서 적절히 판단해서 (하되), 전기요금 인상은 지금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그걸 억눌렀고, 임기 말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주택용 전력 307kWh 사용 기준) | ||
3월까지 | 10월 이후 | |
기본요금 | 1600원 | 1600원 |
전력량요금 | 37230원 | 40238원 (kWh당 9.8원↑, 3008원↑) |
기후환경요금 | 1627원 | 2241원 (kWh당 2.0원↑, 614원↑) |
연료비조정액 | 0원 | 1535원 (kWh당 5.0원↑, 1535원↑) (3,4분기 연료비연동제 적용시) |
전기요금합계 | 40457원 | 45614원 (총 5157원↑) |
부가가치세 | 4046원 | 4561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 1490원 | 1680원 |
청구금액합계 | 45990원 | 51855원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은 하반기 전기요금의 단계적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오는 21일 예정된 3분기(7∼9월)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 발표 때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료비 조정의 경우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3원 인상이 예상된다.
4분기의 시작인 오는 10월부터는 이미 예고된대로 기준연료비인 전력량요금이 kWh당 4.9원 오른다. 분기별·연도별 한도가 정해진 연료비 조정액은 연간 상한폭까지 올릴 경우 10월부터 kWh당 최대 2원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 전체 전기요금이 하반기에만 kWh당 최대 9.9원이 오를 수 있다. 현재 전기요금이 kWh당 기본요금(5.2원), 전력량요금(126.2원), 기후환경요금(7.3원) 등을 합해 총 138.7원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만 7.1% 오르는 셈이다. 주택용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기 소비량 307kWh를 기준으로 하면 부가가치세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등까지 포함할 경우 하반기에만 전기요금을 가구당 3463원 더 부담하게 된다.
지난 4월 kWh당 전력량요금 4.9원, 기후환경요금 2.0원 등 6.9원이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 전체 전기요금이 kWh당 최대 16.8원, 가구당 무려 5865원 인상될 수 있다. 가구당 인상률로 따지면 12.8%에 달한다.
전기요금이 하반기 고물가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인상될 경우 냉방가동이 늘어 연중 최대 전력 성수기를 맞아 서민 가계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 복합불황 속에서 산업활동도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치솟자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인상의 신중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정은 한전의 적자 누적 상황을 방치할 수 없고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서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전기요금 인상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적자(5조 8601억원)을 2조원이나 웃도는 7조 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비상 경영 차원에서 수익 개선 방안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30%의 발전량을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안정적 전력수급과 탄소중립 목표까지 달성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연료비 급등 등의 상황에서도 물가안정론에 밀려 연초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액을 동결하면서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전력량요금을 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월평균 전기요금 기준으로 가구당 3008원을 더 내게 된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kWh당 2원씩 올렸다. 4인 가구 월평균 기준 614원 정도 너 내게 된다. 여기에 다음주 발표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요금과 4분기까지 정상 반영될 경우 kWh당 5원이 인상돼 추가적으로 가구당 월 1535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또한 한전은 오는 7월부터 월 200㎾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철폐하기로 했다. 약 91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기존보다 2000원 오를 예정이다.
올해 들어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소비자에 판매하는 가격은 2분기까지 동결됐다. 결국 한전이 kWh당 200원대에 전력을 사와서 그 절반인 100원대에 팔게 됐다. 전력 구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손실로 이어졌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전은 동결을 발표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와 관련 관계당국 협의 과정에서 발전 원가를 어느 정도 맞추려면 연료비 조정단가의 kwh당 33.8원 가량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LNG와 유류 가격이 1년 새 각각 122%, 99%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10%도 안 되는 kwh당 3원 인상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이다.
한전은 이번 3분기에는 반드시 최대치인 3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전은 이와 별개로 최대 폭을 3원에서 5원으로 인상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전의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요청은 결정을 하루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막혀 연기되면서 새정부의 전기요금 정책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가 첫 전기요금 조정부터 무색해진데다 새정부에서도 출범과 동시에 유보되면서 앞으로 연료비 연동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전기요금과 직결된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해온 윤석열 당선인 측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전기요금 결정 과정은 연동제 시행 이전에 하던 방식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료비 연동제가 정부의 편의에 따라 정치적으로 운영되면 전기요금 조정은 물론 에너지정책 전반의 신뢰성도 훼손될 수 있다"면서도 "물론 코로나19나 전쟁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무작정 시장논리, 정치논리만 따질 수 없는 만큼 정책 수립에 이같은 부분도 반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7조 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 8601억원을 약 2조원 웃도는 수치다. 전기요금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오는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각각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한다. 이르면 오는 20일 산업부와 기재부로부터 20일께 확정된 연료비 조정단가 통보 받을 전망이다. 이번에 3원이 오른다면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일년 반만에 처음으로 실질 적용되는 셈이다.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한 뒤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또 물가안정법에 따라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가 미리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유 교수는 "기준연료비 인상은 물론 연료비 조정단가까지 인상해도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다만 최근의 연료비 급등은 코로나19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바가 커 물가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차원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료비 연동제는 공식에 의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치적 요인을 고려해 주먹구구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