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결혼을 앞둔 김모(36)씨는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하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의 비싼 집값을 소화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정부가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체증식 분할상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을 듣고 희망이 생겼다. 체증식의 경우 당장의 월 이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 21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회의를 통해 제시한 여러 대책 가운데 금융 정상화 방안으로 언급한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체증식 분할상환 방식’ 도입에 청년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청년 또는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승인일 기준 담보주택의 평가액이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취급 불가하다. 즉,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할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의 상환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체감식(원금균등) 분할상환과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체증식분할상환 등이다.
체감식 분할상환은 대출일부터 만기일까지 매월 동일한 원금이 상환되는 방식이다. 이자는 대출잔액에 따라 계산돼 매월 상환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감소하며 세 방식 중 이자가 가장 적다.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은 대출일부터 만기일까지 매월 상환하는 방식으로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동일하다. 기존에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은 이 두가지 방식으로만 상환 가능했다.
이번에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에 도입된 체증식 분할상환은 대출 초기 상환 금액이 적고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커지는 방식이다. 세 방식 중 초기 상환 이자가 가장 낮다. 따라서 이자 대출을 받는 시점에 자금이 부족한 대출자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보금자리론의 체증식 상환방식은 10·15·20·30년 만기를 이용할 경우에만 선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보금자리론 대출자들은 40년 만기 원리금 균등 방식보다는 30년 만기 체증식 방식을 선호했다. 체증식 방식이 초기 상환 비용이 적어 초기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에도 체증식 상환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주택 구입 지원을 위한 금융 부담을 완화해 주거사다리가 끊기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처럼 매물이 쏟아져나올 때는 매도 호가가 높아질 수 없기 때문에 시세 6억원 이하 매물이 7억원대로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매수자만 있다면 바로 계약되는 상황"이라며 "초장기 대출 이자가 낮아지면 매수 문의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들어올 경우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에게 가격 확인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수요자가 체증식 상환방식을 선택할 경우 총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전체 자금 부담이 심화되는 부분은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5000만원이 있는 연 소득 3000만 원 청년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금리 4.6% 가정)을 체증식 방식으로 선택하면 초기 10년간 상환 부담액은 1억6416만원에서 1억4888만원으로 1528만원 경감된다. 반면 초기 상환액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 한도는 2억9000만원에서 3억1900만원으로 2900만원이 늘어난다.
또 다른 구로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제도가 개선됐다고 해서 시장에 큰 변화는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요즘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 아닌데 이자 조금 줄여준다고 바로 계약까지 진행할 수요자들이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청년층의 주택 구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 것은 맞지만 시기상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라는 게 청년층을 움직일 만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는 매수세를 늘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